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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ul96
- 작성일
- 2021.11.9
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
- 장기중 저
웅진지식하우스
40대 중반인 나는 암으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최근 갑작스럽게 형제를 잃었다. 죽음이 내 삶에 너무 가까이 있음을 원치 않지만 너무나 가까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내 마지막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온전한 모습으로 고통없이 조용히 사라질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용서를 빌고 위로를 남기고 갈 수 있다면, 그 것만큼 좋을 것이 없겠다. 그렇지만 이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원치 않는 내 죽음을 떠올린다면 단연코 치매였다. 온전하지 않은 육체와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 마지막은 상상하기도 싫은 것들이다.
치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저자의 “기억이 사라진 자리 남는 빛나는 인간다움의 순간들”이라는 글귀가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기억과 인지능력 운동능력 등 인간다움이 사라지는 가운데, 치매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희망이 있을까? 내가 사랑했던 철학자이자 상담가였던 어빈 얄롬 역시 치매의 마지막에 대한 두려움을 토해냈을 정도였다.
그러나 저자가 들려준 한 에피소드의 한 글귀에서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진료실에서 치매를 앓던 노인들이 담담히 건네는 한마디.
“지금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들은 기억이 사라지며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 속에서도 유연하게 상실과 잊혀짐의 고통에 맞서고 있었다. 온전하진 않지만 자신의 삶을 묵묵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래서 지금도 나쁘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의 태도는 저자가 말하듯 진정 빛나는 인간다움의 결정체라 생각되었다.
기억이 사라진 자리, 사랑, 우정, 삶의 의미, 감정, 그리고 역경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삶의 긍정성. 이것들이 진정 우리를 인간답다 아우를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장기중 작가의 <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를 읽으며 작가의 생각과 우리들을 위한 위로에 같이 젖어본다. 그리고 주변의 치매노인들 또한 우리 곁에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며 숨쉬고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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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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