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deuxmy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7.6.11
그저 조금의 계절 변화만 느껴도 저 문을 박차고 떠나고 싶다.
봄이 완전해서 긴팔옷이 살짝 무겁게 느껴진다거나
더 무더워졌다가는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을 때
가을이 오는 소식을 서늘해지는 바람이 먼저 알려줄때나
겨울이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있는 온도로 맞춰주지 않을 때
이 곳을 떠나 저곳으로 가고 싶다.
케리어에 이것 저것 옷을 담고 요란하게 끌고 가고 싶기도 하고
그저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이 가벼운 배낭하나 달랑 매고 걸어다녀
보고 싶기도 하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목적지가 있으며 그 목적지에 대한 어느정도의 환상만 있다면
그곳은 충분히 여행지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언덕이 하늘과 바로 맞닿아 있는 곳이라든지
녹음이 우거져 시원한 바람이 가득한 곳이라든지
낙엽이 눈처럼 쌓여서 그 위를 굴러다닐 수 있다든지
세상에 온통 흰 눈과 파란 하늘만 존재한다든지..
뭐 그런 저런 이유를 갖다 붙일 수 있는 곳 말이다.
나름의 매력이 있다면 그곳이 국내든지 해외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이렇게 바람만 그 모양을 달리하면 떠나고 싶은
태어날 때부터 DNA 속에 역마살 유전자를 보관하고 태어난 사람과
후천적으로라도 생활 습성으로 한 군에 오래 있지 못하는 방랑벽을
가진 사람들 모두 여행을 사랑하고, 여행을 삶의 활력소로 알고
사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불쌍하리만치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몹쓸병을
가진 부류로 치부해버리지만 세상에 아름다움을 모두 자신의
눈으로 봐야한다는 일종의 위대한 사명을 갖고 있기라도 한듯 살아간다.
때론 그 길이 힘들어 고통스러워 발이 부르트고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며
몇칠씩 씻지 못해 꼬질꼬질하고 갈아입지 못한 옷이 너덜거리기도 하겠지만
그 걷는 두 다리가 목적지를 찾는 두 눈이 삶을 향유하는 그 어떤 사람들의 다리와 눈보다
가치있을 수도 있다.
인류가 출현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 역마살 낀 방장자들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경외심과 부러움을 받아온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훌쩍 자신의 소유를 벗어던지고 무엇도 소유하지 못하는
여행을 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21세기 현재에도 엄연히 존재함으로 그 숭고한 뜻을 이어나가고 있다.
농경사회를 주로 했던 우리 문화에서 역마살은 천지에 다시 없을
몹쓸 병으로 여기고 무시했지만 그 명맥은 간간히 이어져 현재에
다양화된 사회에 그 영역을 맘껏 넓혀가고 있다.
여행이라는 이름이고 혹은 방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버리기 위해서
때론 모든 것을 품기 위해서..
아름다운 여행을 떠나는 모든 방랑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 사진 출저는 인터넷~임을 밝힙니다 ^^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