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중심예란
  1. 2020년(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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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글쓴이
다시 로크먼 저
푸른숲
평균
별점9.6 (37)
세상의중심예란



부모가 된 후 6년 반 동안 아이들 짐 싸는 일을 비롯해 육아와 가정 내 모든 일을 책임지는 저자와 달리 남편은 더 이상 이를 거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이 부부만의 '문제가 아닌', 이를 세계 모든 가정에서 정상 범주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전 지구상에 만연한 성차별주의의 오류를 짚어낸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은, 평등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오해한, 불평등한 시대를 모성으로 견뎌내는 여성들과 이기적인 남편들에게 이의를 제기한다. 저자는 100명의 엄마들을 비롯한 전문가들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결과, 생물학적인 요인, 모성의 헌신과 관련된 문화적인 의무, 남자의 필요와 욕구를 여자의 것보다 우선시하는 전 세계적인 현상에서 들여다보았다.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생물학, 신경과학 등 여러 전문가들의 최신 연구 결과를 토대로 모성 본능, 호르몬 변화, 성별본질주의 등 고정관념과 과학이 여성의 불평등한 희생과 남성의 책임 회피가 어떻게 대물림 됐는지 살펴보았다.


남자와 여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성에 대한 관념이다. 철학자 제니퍼 호켄버리 드래그세스는 생각하는 여자에서 성별 본질주의자들은 종종 역할로서의 성별과 생물학적 성별은 자연적 구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연적이거나 선천적이거나 명백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문화적인 습관인 경우가 많다. p88


도덕적 모성은 실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엄마라는 직업에 윤리적 의무를 부여했고 이 의무는 이후에도 아주 미미하게 약해졌다. 그리고 남자에게는 똑같은 의무가 권장되지 않았다. p195


엄마라는 의무의 가혹함은 오히려 여성의 지위를 떨어뜨렸다. 우리는 도덕적 우월성과 자녀에 대해 품는 사랑, 육아에 대한 이상적인 관념을 내세우며 이런 후퇴에 동의했고, 이것은 외적인 구속보다 훨씬 효과적인 수단으로 밝혀졌다. 뜻하지 않게 순진한 아기가 남성 지배의 최고 조력자가 되어왔던 셈이다. p241


열혈 엄마 역할이라는 이데올로기는 남자에게 도움이 된다.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엄마 역할에 매진하다 보면 여자는 대체로 사회에서 종속적인 위치에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p298


엄마는 아이 음식을 한 번 더 잘라주고 챙기느라 바쁘지만 남편은 아이의 식사하는 장면을 바라만 볼 뿐이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끊임없이 신경을 건드리며 여성을 분노하게 만든다. 여성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까지 혼자 육아를 챙기다 끝내 아이들 아빠와 싸우지만 변하는 건 거의 없다. 가족들 모두 저녁 늦게 외출했다가 지쳐서 돌아오는 날이면 남편은 자신의 몸만 씻고 침대로 들어가버린다. 여성은 아이들 먼저 챙겨서 씻기고 재운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챙길 수 있다. 이런 모습이 현재 우리들의 상황이다. 결론은, 여자가 남자보다 결코 선천적으로 더 조직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본능보다는 학습된 특성임을 입증했으며, 성별 노동 분담이 선천적이라는 주장은 권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편리한 방편임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습은 우리가 배우는 정형화된 성 고정관념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해야 계속 반복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나는 할 수 있는데, 남편은 왜 못할까?"

"둘 다 일하는데 왜 집에서는 평등한 관계를 맺지 못할까?"


이런 불평등은 엄마가 아이를 임신을 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지난한 과정들을 통해 아이들의 욕구 충족은 엄마의 몫이라는 암묵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성 역할 구분은 예전 우리 부모 세대에 비하면 아주 많이 변한 듯 보이지만 남편은 여전히 유통기한을 훌쩍 넘긴 가사노동 회피는 물론 무수히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것들까지 과거 가정 교본에 얽매여 있다. 성 평등 사회인 스웨덴에서도 남자가 자녀를 돌보는 시간은 아내가 쓰는 시간의 56퍼센트에 불과하다. 여성의 경제력이 막강해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 발을 과거에 담가놓고 있다. 구시대의 유물, 모성 때문에 많은 여성이 페미니스트가 된다. 프랑스를 뺀 세계 대다수의 가정들(저자는 미국인이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므로 개인 문제가 아닌 뿌리깊은 문화의 폐단, 사회문제로 인식을 넓혀야 한다.


20세기 중반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85퍼센트 이상이 가부장적인 문화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문화가 가부장적 전통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신체적으로 크고 힘이 센 남자는 전쟁 같은 활동을 통해 여자보다 더 높은 지위와 권력을 누렸다. 오늘날 성취와 지위는 신체적인 힘과 관련이 없음에도 성 역학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여성이 현재 주양육자인 이유는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UN은 2018년 보고서에서 여성이 집안일과 육아에서 남성보다 평균 2.6배 많은 일을 한다고 추정했다. 전 세계 문화를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부부의 3분의 2가 첫아이 출생 이후 3년 안에 관계의 급격한 질적 하락, 갈등 및 적대감의 극적인 증가를 경험한다고 밝혔다. 자녀의 수가 늘어날수록 불만 역시 증가한다. 남자 배우자의 육아 참여는 관계에서의 충돌 확률과 엄마의 만족도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다. 남자 배우자의 가사 참여도가 낮은 부부는 이혼할 확률이 높으며, 모든 이혼 소송의 약 70퍼센트를 여자가 제기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간통과 관계 소원 다음으로 불공평한 가사 분담이 파경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여성들은 어디에서도 평등한 존재가 아니다. 남성 지배를 실제 관철하는 사회적 관습은 직업 세계에 비해 개인 영역에서는 많이 변하지 않았다. 집안일의 36퍼센트를 하는 남성이 가사 분담이 가장 공평하게 이뤄졌다고 보고했고, 여성들 또한 이 의견에 동조했다. 이 연구는 1994년에 발표된 자료지만 26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평등한' 것은, '똑같은' 분담이 아닌 여자가 가사의 3분의 2 정도를 하는 것이고, 남녀가 모두 동의했다는 데 있다.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런 부조화의 원인을 모두 아내와 엄마라는 역할 수행 때문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양육이 여성만의 특별한 재능이라는 이야기는 불평등을 숨기고 우리 자신을 독려하면서 아이들에게 엄마 혼자 모든 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믿음을 주입할 뿐이다. 2017년 <뉴스위크>는 '85세 넘은 여자는 그쯤 남편이 저세상으로 가서 더 행복하다'는 기사를 통해 노년에 여자가 행복한 이유는 배우자가 죽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결혼 생활을 정리한 싱글맘이 덜 힘든 이유 역시 누구(남편)에게도 좌절감을 느낄 일이 없어 좋다는 점이다. 어쩌다가 행복의 핵심이 이렇게 변질된 것일까?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소비에트연방이 국가 보조의 영유아 탁아 시설을 이상적인 소비에트 시민으로 키우는 데 중요한 도구라고 선언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소비에트연방과 차별화하기 위해, 정부 보조의 영유아 탁아 시설을 반대하며 오직 엄마만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미국 시민을 키울 수 있다는 여성 희생 숭배를 강화시킨 도화선이 되었다. 남자와 비교하여 여자의 노력과 안락이 가정에서 발목 잡히는 한 여자는 결코 남자만큼 막강해질 수 없다. 애정이 넘치는 다정한 사람으로 칭송받는 '온정적 성차별'은 사회 변화를 교활하게 억누른다. 이는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지위를 부여해 여자들의 무임노동을 교묘하게 독려하고 확장시킨다. 바꾸기에는 우리가 힘이 없다고 느끼는 시스템 속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여자들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종속성을 받아들이기만 했다. 이제는 적응을 멈출 때이다. 우리 여성들이 모든 성차별주의를 노골적으로 적대시해야 저항이 생기고 불평등한 가정을 정당화하는 일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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