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세상의중심예란
- 작성일
- 2022.3.5
어둠이 걷힌 자리엔
- 글쓴이
- 젤리빈 저
흐름출판
1900년대 일제강점기의 조선, 경성 한 구석에는 미술품과 골동품 중개상점인 ‘오월중개소’가 있다. 오월중개소 사장인 '경소흠'은 본업이 배우로 운영의 많은 부분을 '최두겸'에게 일임했고, 두겸은 고향의 부모님에게 다달이 용돈을 보내는 경리 '유호'가 사무소를 꾸미도록 했다. 두겸은 보통 사람들은 보고 들을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것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연의 영물 사이에서도 유명해서 그 안에 깃든 영혼이나 귀신에게도 유효하다. 또한, 두겸은 누구보다 따뜻한 심성을 갖고 있어 오랜 세월동안 한 맺힌 원혼의 설움을 보듬고 다독여 분노를 잠재우고 감동을 주는 인물로 묘사된다. 두겸의 우호적 지인으로는, 괴이가 얽힌 시신이 나올 경우 도움을 주는 경성제대 부검의인 '우 선생', 두겸의 소식통이자 도성일보 기자 '한우인', 젊은 사업가 '장영주', 그리고 사람은 아니지만 생명의 은인이자 보통 사람들은 보고 들을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준 존재이자 아주 특별한 우물에 봉인돼 있던 영물로, 20여 년이 지난 뒤에야 여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치조'다.
저승으로 가지 못한 원혼들의 한은 불평등한 공동체에 대한 분노이자 항거였다. 토지신에 깃든 오고오의 한은, 남아선호사상에서 온 남존여비사상의 그릇된 부계 혈통을 꼬집는다. 유호의 고향 마을에서 개망나니로 통하는 대철 또한,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쳤을망정 그것을 죽음으로 심판받는 것이 온당한지에는 의문이 든다. 개갈촌 마을의 '어정'의 사연이 가장 마음 아팠다. 사냥의 권리를 소수로 한정하지 않고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었다면, 어정은 부정을 탄다는 '여인이란 이유로' 죽임을 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섬 사람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 온내는, 실체가 없는 술래로부터 30년을 도망쳐 왔다는 것을 알고 그 해방감에 안도한다. 섬을 누군가의 희생으로부터 구한다는 것부터가 불공정한 처사였다.
두겸 또한, 악의적 마음을 품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우물에 던져진 인물로 공동의 희생양이었다. 치조에 의해 새 삶을 얻었으니 다행한 인물이라 할 수 있을까? 주인공이라 가능한 설정이다. 살아 생전 비극적이고 안타까웠을 그들의 삶에 아픔이 컸지만 사후에서나마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되었으니 원한이 풀렸으려나.. 그래도 유쾌한 등장인물도 있었으니, 동자스님 담비다. 보살님들을 위한 마음이 너무 갸륵해서 불상을 요절낸 사연과 말투가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우연히 얻은 죽은 남자의 몸을 빌려 인간 여인을 사랑하게 된 '샘'의 소원이 애틋하다. 스스로를 소멸하여 한 사람의 생명을, 아니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줬으니 말이다.
#어둠이걷힌자리엔 #홍우림 #젤리빈 #흐름출판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1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