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세상의중심예란
- 작성일
- 2022.3.13
조인계획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현대문학
『조인계획, 鳥人計?』은 동계올림픽 종목 중 하나인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장편 추리소설이다. 최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시점이라 출간에 맞춰 책을 접한 독자들은 소재의 절묘함을 체감했으리라.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조인(鳥人)을 계획한다는 건, 스포츠 정신 이면에 계략이 숨어 있음을 의도한다. 소설은, 스포츠에 과학을 접목시켜 신체적 한계를 초월하고픈 인간의 욕망과 철저한 계산이 담긴 집합체 '사이버드 시스템 엘름'과 마주하게 되고, 인간성 말살의 극단적 광기를 목도하게 된다. 스키에 의존해 최대한 멀리 활강하는 것이 스키점프 선수들의 목표이겠으나, 개인이 가진 개성이나 정체성은 깡그리 제거한 채 오로지 스포츠만 남겨두는 것이 과연 스포츠 정신이 맞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이 하는 일련의 모든 일 - 예를 들어 요리든 운동이든 노동이든 간에 - 에는 신성한 정신이 깃들기 마련이다. 정신이 배제된 것이라면, 한낱 결함 많은 복제 인간이나 모르모트와 다를 게 무엇이랴.
소설의 첫 머리, 미야사마 스키점프 대회가 열린다. 닛세이자동차팀에서 출전한 세 명의 선수가 약속이나 한듯 망가진 태엽 인형처럼 낙하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 대회에서 넘어진 선수는 그들 셋 뿐이었고 기이한 이 사건은 이내 잊혀진다. 그리고 2년 뒤, 일본의 마티 뉘케넨으로 불리는 천재 스키점프 선수 '니레이 아키라'가 연습 도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사인은 독살로, 그가 항상 챙겨먹던 비타민제 캡슐에 독극물이 들어 있었다. 독약의 정체는, 투구꽃에서 분리되는 것으로 상당한 맹독성을 띠고 있는 아코니틴으로 밝혀졌다.
한때 스키점프 선수였으나 은퇴후 하라공업팀 니레이의 코치가 된 '미네기시 사다오', 니레이의 죽은 현장을 목격한 그의 연인 '스기에 유코', 니레이를 최대의 라이벌로 느꼈던 만년 2위 '사와무라 료타', 몰라볼 정도의 실력을 보이는 '스기에 쇼', 닛세이자동차 감독이자 유코와 쇼의 아버지 '스기에 다이스케' 등 스키점프를 뛰는 선수들과 각자의 팀을 운영하는 스탭과 감독들까지 관련된 사람들로 스토리를 견인한다. 샷포로 니시경찰서 형사과 사쿠마 팀이 수사를 이끌긴 하지만, 형사팀이 주축은 아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자의든 타의든 간에 경쟁 속에 살아간다. 공부를 하는 학생에겐 1등이 목표고, 운동을 하는 선수에겐 우승이 목표일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천부적 재능을 타고났다면 같은 경쟁을 하는 사람들에겐 시기와 질투의 대상인 동시에 동경하면서, 자본력과 기술만 따라준다면 복제인간도 서슴지 않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그야말로 증명할 수 없는 약물은 도핑이 아니요, 들키지 않으면 컨닝이 아닌 것이다. 결론적으로, 악의없고 순수한 니레이가 죽은 것이 가장 안타깝고 가엾다.
스키점프의 발상지는 노르웨이인데, 원래는 죄인에게 벌을 주는 수단이었다고 한다. 죄인에게 스키를 신기고 엄청난 급경사 위에서 밀어버리는 형벌로, 경사면 중간에 울퉁불퉁한 혹 모양을 만들어서 거기에 걸려 공중에 패대기쳐지는 거였고 그 순간의 공포를 맛보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하니 실로 잔인한 형벌이 맞다. 하지만 죄인이 추락하지 않고 무사히 착지하면 그 죄를 사해 주겠다고 왕이 선포했고, 한 죄인이 실제로 멋진 착지에 성공한 것에 왕이 기뻐하며 용서해 주었다고 하니, 스키점프의 시초가 이런 악랄한 형벌에서 기인했음에 소름이 끼친다.
단순히 사건의 진실만을 쫓는 일반 미스터리와는 달리, 범인을 먼저 밝혀낸 뒤 사건의 본질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범인이 왜 독살을 저질렀는지 그 동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니레이의 죽음 이후 갑작스레 놀라운 기량을 선보이는 스기에 쇼에게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경찰서에 범인을 밀고한 사람과, 범인에게 직접 보내진 투서는 예상조차 못한 인물이었다. 범인은 자신을 밀고한 인물을 추리하기에 이르고, 범인의 단독 행동만으로 니레이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에도 새롭게 주목하게 된다. 다중적 플롯에 이야기는 예측불허와 트릭과 거짓, 충격적인 반전이 거듭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데뷔 4년차인 청년 시절부터 이런 작품을 썼으니, 그의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된 이유를 충분히 알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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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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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