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세상의중심예란
- 작성일
- 2023.2.10
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 글쓴이
- 조나탕 베르베르 저
열린책들
심령술과 마술, 탐정 수사가 뒤얽힌 젊은 작가 조나탕 베르베르의 첫 장편소설이다. 팩션을 이야기할 때는,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력이고, 어디부터가 역사인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실존과 허구를 구분하기 힘든 점이 더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폭스 자매는 19세기에 심령주의의 번영을 이끌었고, 핑커턴 탐정 회사 또한 비슷한 시기에 설립돼 수많은 비밀 요원을 두고 활약한 회사로 오늘날 보안 회사로 성장했다. 제니의 아빠를 죽음으로 몬 남북 전쟁, 핑커턴 형제와 매춘부 티나를 심연으로 이끈 포이즌 스프링 전투, 그리고 군인들의 희생을 꽃으로 애도하고 영매의 집마다 불을 내는 윌리엄 핑커턴의 이중성이 아이러니하다.
1888년의 뉴욕. 스물여섯 살의 제니는 시장 바닥에서 마술로 생계를 이어가며 홀어머니를 모시는 가난한 마술사다. 어느날, 유명 탐정 회사인 <핑커턴>의 대표 로버트 핑커턴이 거액의 보수와 함께 일자리를 제안한다. 첫 번째 임무는, 마술사들의 공연을 관람한 뒤 속임수를 알아내는 것. 그것이 통과되자 진짜 임무가 주워진다. 수십년 세월동안 미국을 넘어 세계로 뻗은 심령주의 늪에 빠져들게 한 폭스 자매 리아, 마거릿, 케이트 세 자매가 망자와 소통하는 능력을 지닌 심령술사임을 앞세워 혼령과 대화한다는 교묘한 속임수를 알아내는 것.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비밀을 무슨 수로 알아낸단 말인가!
그럼에도 제니의 끈질긴 집념과 배짱, 로버트의 전폭적인 지원이 합세해 폭스 자매로부터 마음을 얻는 친구가 된다. 죽은 남편의 혼령과 대화하고 싶어 하는 부유한 과부 헤이즐 바월 부인으로 접근해 둘째 마거릿 폭스와 친구가 되고, 여행비용을 탈탈 도둑맞은 런던 여행객 애덜리아 말릭으로 변신해 꽁꽁 숨어있던 막내 케이트 폭스와는 술친구가 된다. 그러나 모든 과정이 순탄치 않은 모험이었고, 알아낸 것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하찮아보이는 모든 조합들에서 마침내 답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변에 놀거리라곤 없던 외진 농가에서 늘 겁에 질려있던 엄마를 놀려먹을 속셈으로 시작된 어린 소녀들의 장난이 40여년간 이어올 줄 짐작이나 했을까. 발가락에 붙은 엄청난 근육에서 딱 소리가 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그리고 그녀들조차 속임수라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망자를 불러내는 능력까지 있는 줄이야.
작품 속에 두 권의 책이 등장한다. 제니의 아빠 구스타브 마턴이 쓴 『마술의 길』은, 제니가 늘 곁에 두고 읽는 가장 소중한 애장품으로 진정한 마술사가 되기 위한 기술과 자세 등이 담겨 있다. 핑커턴 탐정 회사의 창립자 앨런 핑커턴이 남긴 『완벽한 요원을 위한 핑커턴 지침서』는,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는 동안의 가져야 할 지침서이다. 제니는 마술을 잘하기 위해,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두 개의 바이블을 번갈아 곱씹어 읽고 또 읽는다. 그럼에도 제니는, 진정한 자립을 원했고 그것은 그녀가 늘 추구했던 길이었다. 그녀가 그토록 애장하며 마르고 닳도록 읽고 또 읽었던 아빠의 하나뿐인 유품인 『마술의 길』을 태우며 진정한 마술사로의 다짐을 간직한 채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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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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