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중심예란
  1. 2012년(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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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제노사이드
글쓴이
다카노 가즈아키 저
황금가지
평균
별점9.1 (328)
세상의중심예란

『제노사이드』는 방대한 분량 속에 생물학을 포함한 인류학과 진화론, 국제정세를 비롯하여 전쟁의 역사까지 다양한 전문지식을 총망라했으며, 고도의 심리전까지 밀도 있게 펼친 멀티액션 밀리터리 SF스릴러이다. '新인류 누스의 탄생'을 둘러싸고 초월적인 지성인 누스를 지키려는 자들과 말살하려는 자들,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라는 난치병을 둘러싸고 신약 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는 자들, 인류 멸망의 연구 보고서(우주적인 규모의 화재, 지구적인 규모의 환경 변동, 핵전쟁, 바이러스 위협 및 생물 병기, 인류의 진화)를 담은 「하이즈먼 리포트」, 선진국들의 이권이 개입된 이라크 전쟁과 아프리카 콩고의 전쟁 등을 통해 현대 국가들의 잔학성에 근거한 조직적인 살육 현장을 보고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그리고 아프리카 콩고를 잇는 거대한 네트워크 구성도는 일목요연하면서도 속도감 있고 탄탄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개별성에 근거한 서로 다른 사건들을 누스의 등장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 속에 집어넣어 사건의 관계도를 설명하고 있다. 인류의 진화와 더불어 자행될 수밖에 없는 동종간의 학살, 인간성 말살을 다루고 있으며 실제 사건 속에 허구를 집어넣은 내러티브 구성방식이다.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의 신약개발 배후엔 진화된 인간 아키리의 목숨과 맞바꿀 10만 명의 인질협상 외에 놀라운 장치가 숨어있다.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을 말살할 목적으로 대량 학살하는 행위)다. 현재 콩고에서는 ‘제1차 아프리카 대전’이라 불리는 전쟁이 진행중이다. 사망자 수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많은 400만 명에 이르지. 정전 협정이 여러 차례 무너졌고 지금도 전투가 끝날 기미는 없다.”


"이것은 실제 이야기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은 보도하지 않는데, 말하자면 보도 차별이다. 선진국 보도 기관은 아프리카에서 사람이 몇 사람 죽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현지에서 빈발하는 대학살보다 고릴라 일곱 마리 죽은 사건이 더 크게 보도되는 형편이다. 뭐, 확실히 아프리카인은 멸종 위기종은 아니니까." - P55




지금 지구상에 살아남은 65억의 인간은 100년 정도 지나면 다 죽을 걸세. 그런데 이렇게 서로 죽여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 P481




미국 헌법의 모순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합법적인 독재자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법률 고문들이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합법성을 살피는 안전장치도 기능하지 않고, 오히려 대통령의 뜻에 맞도록 법을 왜곡하여 해석해 주는 독재 정치의 완성에 지나지 않는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고 하면 할수록 위정자가 전체주의에 빠져들게 되는 오류를 범한다. 핵미사일 발사 스위치를 쥐고 있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평화를 부르짖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다. 초 거대국의 수뇌부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에 의해 전 세계를 날릴 핵무기가 있다는 것은, 우리 지구가 언제라도 한방에 훅 갈 수 있다는 놀라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린다. 인류 사회의 너무 취약한 평화가 아닌가! 살육 병기의 개발 목적은, 적을 얼마나 멀리 보다 간단하게 대량의 희생자를 내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살육 병기 개발은 나라를 지키는 기간산업 중에 하나가 되었으며 그래서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특정 민족에 대한 경멸감을 품은 기성세대에 대해 차별 감정을 품은 겐토와 한국인 유학생 이정훈의 만남은 참으로 흐뭇한 광경이다. 한국인에 대한 일본의 인종 차별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 대량 학살로 번졌고, 일본의 기성세대가 혐오하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감정을 작가는 겐토의 신약 개발에 참여할 조력자로 등장시킴으로써 화해의 모션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사용하는 특별한 감정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시키는 강한 힘으로 묶이는 정(精)에 대해 정훈이 설명한 순간, 한국과 일본이 하나로 묶이는 훈훈한 광경이 보기 좋았다.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 같은 종끼리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 동물들이다. 이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의 정의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른 종류의 인류, 원인(原人)이나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에 의해 멸망되었다고 주장한다. 현 인류가 살아남은 건, 지성 때문이 아닌 잔학성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즉, 현생인류는 다른 인류와의 공존을 바라지 않는다. 현재까지 아프리카의 발전이 저해된 요인은 잔학성이 저지른 인종 차별 의식인 노예무역과 식민지 지배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구분하는 생물학적 습성이 증거다.


 



 


신인류의 탄생을 선포하는 ‘누스’라는 인물은 결코 터무니없는 능력을 가진 캐릭터로 보이지 않는다. 현생인류의 지적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신인류의 탄생은, 현생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발견이고 설정이다. 이와 연계하여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 「하이즈먼 리포트」에 기초한 생물학적 진화 가능성과 과학적인 견지를 염두에 놓고 볼 때, 충분히 가공할 만한 인물이며 사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내적 개연성 또한 강하다.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라는 난치병 역시 허구에 지나지 않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불치병임에도 불구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을 어쩌면 그렇게 시치미 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지 감탄할 지경이다. 전문적인 용어를 학문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다각적인 시선에서 한 개의 틀로 조여드는 몰입도와 완성도 또한 강하며, 흔치 않은 소재로 극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약의 핵심인 ‘유기 합성’과 ‘기프트’의 소재를 끌어들인 것과 함께 작가의 필력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간의 유일한 적은 동종 생물인 인간이다! 이 책에서 던지는 화두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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