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은, 매력적인 여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한 영화였기에 원작소설에 대한 궁금증이 단초가 되어 읽게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8세기 후반 영국 사회의 시대적 상황을 결혼이라는 화두를 통해 정리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사회적 중간 계층이자 딸만 다섯을 둔 (아들만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한정 상속을 둘러싼) 롱본의 베넷 가문을 중심축으로 두고 있다. 이상적인 미모에 품성까지 갖춘 첫째 제인, 지적이고 냉철한 분석가인 둘째 엘리자베스, 열등한 외모를 지녔으나 지성으로 채우려는 메리, 주변상황에 좌지우지되는 키티, 무절제한 로맨티시스트 리디아 등 외모와 성격과 재능이 모두 다른 다섯 자매들은 당시의 여성 유형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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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재산은 없으나 가정교육을 잘 받은 엘리자베스는, 상류 계층의 부유한 신사 다시를 무도회에서 알게 되지만 첫 만남부터 오만에 그득 차 있는 그가 불쾌하다. 다시의 집사 아들이었던 위컴을 통해 그러한 감정은 더욱 견고해지고, 언니 제인에게 호감을 가졌던 빙리와의 사이를 틀어지게 한 장본인 역시 다시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에 대한 감정은 분노로 바뀐다. 그러한 와중에 다시는 엘리자베스에게 급작스레 청혼을 하고, 이를 거절하는 엘리자베스에게, 다시는 그 간의 오해를 풀 장문의 편지를 건넨다. 위컴의 용모와 태도만을 보고 모든 미덕을 다 갖춘 인물로 간주해 버렸는데 실은 방종과 방탕으로 삶을 이끌었고, 오히려 다시는 오만한 태도가 혐오감을 주긴 했으나 도덕성 결여나 옳지 않은 행동을 보인 적이 없었다는 점을 자각한다. 공정한 입장에서 상황을 저울질하지 못했던 지난 날의 정황에 그녀는 혼란스럽다. 결국 모든 것이 다시가 옳았다는 것을, 맹목적이고 편파적이고 편견이 있었으며 불합리했던 점을 그녀는 절실히 반성한다. 전반부에서 보였던 계층 간의 갈등과 모순은, 후반부로 와선 이들의 결혼이 모두 상쇄시켜버린다.

 

 

영화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 

 

당시는 남성 중심 사회였기에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불평등한 입장에 놓여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성차별적 법과 제도인데, 작품의 중심인 베넷 집안은 아들에게만 재산을 상속할 수 있다는 한정 상속으로만 묶여 있어 가장인 베넷 씨가 사망할 경우 아내와 딸들은 자연스레 재산을 내놓고 쫓겨나야 할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 요소와 제약 탓으로 딸들은 결혼이 유일한 돌파구이자 유일한 생존 전략이 될 수밖에 없어 필사적으로 결혼할 신랑감을 찾아 목맬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된다. 작품 속에서 베넷 부인은 딸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속물 덩어리로 반영하고 있지만, 난 충분히 그녀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재산이 없어 노처녀로 늙어가며 친척 집을 전전하다가 종국에는 길거리로 내쫓길 운명을 미리 막고자 하는, 궁핍으로부터 지켜 줄 최상의 방책임을 알기 때문이다. 즉, 모성의 근본 이유인 것이다.

 

비록 재산이 없어도 교육을 잘 받은 여성이 사회의 여러 모순점들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환영받은 작품이었지만, 엄청난 부를 가진 상류 계층에게 선택받아 신분 상승으로 환원되었다는 점에서 비난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2백년 전에 활동했던 작가가 누구보다도 독자의 심리를 잘 포착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연애와 결혼을 소재로 삼아 문학성과 예술성, 오락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점이다. 예전에도 그래왔고 현재까지도 여전한 한국형 드라마 코드는 '여성의 신분 상승'이 아니던가!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을 위한 드라마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드라마 속의 내용이 비록 허구라고 해도 그 서사성은 완벽히 삶의 모습을 닮아 있다. 그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자를 꿈꾸는 신분 상승에의 판타지와 욕구가 상품성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