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그림을 배우려고 한 적이 있다. 내게 맞는 취미가 뭘까 싶어 이런저런 것들을 배우던 중의 일이다. 그 때쯤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파스텔이며, 아크릴 물감 등을 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참 겁도 없이 무모했구나 싶었다. 수채화 물감만 몇 번 썼을 뿐, 어릴 적에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재미있어 했던 기억만으로 산 파스텔은 두어 번 그리다 말았고, 아크릴 물감은 포장을 뜯어 구경만 하고 고스란히 모셔두었으니 말이다.

‘그리기 쉬운 50가지 아크릴화’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붓질 한 번 만나지 못하고 상자 속에 잠들어 있는 아크릴 물감 생각이 났다. 이 책은 아크릴화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를 위해 작은 아크릴 그림 50개를 그리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즉, 가로세로 12.7cm의 정사각형 미니 캔버스에 50개의 아크릴화를 그리면서 아크릴화와 친해지는 내용이다. 화가이자 저자인 마크 대니얼 넬슨은 네 개의 챕터를 통해 아크릴 그림의 재료와 기법, 아크릴 물감의 기본 사용법, 여러가지 터치와 표현, 다양한 재질 표현하기 등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준다. 책은 그림과 함께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 처음 접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을 보면서, 이전에 막연히 알고 있던 혹은 그새 잊어버렸던 아크릴 재료에 대한 특성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배우게 되었다. 아크릴 물감은 수채화처럼 수성이지만 수채화 물감 보다는 불투명하고, 유화처럼 불투명하지만 마르는데 오래 걸리는 유화와 달리 빨리 마른다. 붓도 아크릴용 붓을 써야하는데, 각 붓의 모양에 따른 특성이 설명되어 있어 좋았다.

 

이 책에서 아크릴화 그리기는 기본적인 물감 혼합에서 시작하여 간단한 그라데이션, 명도, 광택 표현을 해보고, 점차 겹쳐 그리기, 해칭, 드립페인팅, 덩어리화 등으로 깊이를 더해나간다.

처음부터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과 함께 50가지 작은 캔버스 그림을 하나하나 그리다보면 어느새 아크릴화와 친해질 것 같다. 오래도록 잠자고 있는 아크릴 물감의 잠을 깨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