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qtdma
  1. 요리에서 배우는 인생

이미지


 


지난번에 이어 아귀 이야기를 한 번 더 해볼까 합니다. 지난번에는 아귀에 대해 좋은 얘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방향을 정 반대로 바꾸어 좀 흉을 볼까 합니다. 



아귀는 요리 전과 요리 후가 참 차이가 많이 나는 재료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식재료들이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특히 아귀는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은 모두 네 명입니다.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이 있으니 모든 식구들이 배부르게 아귀찜을 먹으려면 제법 큰 아귀가 필요합니다. 보통은 3kg 정도는 되어야 먹을만 하더군요. 음식점에서 사먹거나 배달해서 먹는 아귀찜은 콩나물이나 채소들이 너무 많아서 정작 아귀 살은 별로 없는데 집에서 만들어먹는 아귀찜마저 그렇게 만들 수는 없잖습니까? 그래서 가급적이면 아귀를 많이 넣고 싶은데 아귀가 제법 비싸기 때문에 이 정도면 재료비도 많이 들어갑니다.



생물 아귀 3kg을 사면 제법 크기가 큽니다. 보통 큰 양푼으로 하나 가득 찹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면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양이 가득 찹니다. 살도 아주 푸짐한 것 같고 온 가족이 배부르게 먹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요리를 하고 나면 어찌된 일인지 먹을 게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사먹는 아귀찜에 아귀가 더 많이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분명 요리 전에는 양푼 가득 푸짐하게 담긴 아귀를 확인했는데 귀신이 조화를 부린 것인지 살은 몇 점 남아있지 않고 뼈만 잔뜩 들어 있습니다.


 
아귀는 살이 무르고 수분이 많다보니 뜨거운 불로 요리를 하게 되면 그 부피가 크게 줄어듭니다. 게다가 껍질 같은 것들은 바짝 오그라들어 먹을 것이 거의 남질 않습니다. 처음 아귀 요리를 했을 때는 그런 것을 몰랐기에 적은 양으로 했다가 막상 먹을 게 없어서 적잖게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속담에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있지만 아귀도 불 속에 들어가기 전과 나올 때가 완전 딴판인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겉만 화려할 뿐 속은 별로 충실하지 못하다는 거죠.



괜히 애꿎은 아귀를 걸고 넘어갔지만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겉은 그럴 듯 하지만 속은 비어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겉은 초라하지만 속은 충실한 사람,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비어있는 사람, 겉도 화려하고 속도 충실한 사람, 겉도 속도 모두 부실한 사람, 이렇게 네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부연설명을 한다면 첫 번째, 겉은 초라하지만 속은 충실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자랑할 줄도 모르고 공을 내세우지도 않지만 들여다보면 일도 잘하고 책임감도 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말이 많지도 않고 말을 잘 하지도 못합니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주로 연구원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비어있는 사람들은 바로 아귀 같은 사람들입니다. 말하는 것만 들으면 누구라도 쑤욱 빠져들고 그 말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언변이 좋습니다.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고 큰소리 떵떵 치고 자기가 무슨무슨 일을 했느니, 누구와 아주 친하다느니, 문제 생기면 어떤 일이든지 말만 하라느니 허풍을 떨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실력도 없고 가진 것도 별로 없습니다. 한마디로 속 빈 강정이죠. 주로 사기꾼처럼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나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을 좋아하는 테이커(taker)들이 이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로 겉도 화려하고 속도 충실한 사람은 그야말로 표리부동하지 않고 겉과 속이 꽉 차 있는 사람입니다. 실력도 뛰어나서 무슨 일을 맡겨도 잘 하고 자신감도 아주 뛰어납니다. 실제로 일의 성과도 높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적절하게 포장해서 세일즈할 줄도 압니다. 언제나 보면 자신감이 넘치고 열정도 뛰어납니다.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재석씨 같은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겉도 속도 모두 초라한 사람이 있습니다. 실력이 없어서 무슨 일을 시키든지 제대로 못하고 우물쭈물, 갈팡질팡 하고 누가 물으면 제대로 대답도 못합니다.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속이 터지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이 네가지 범주에서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어떤 일이냐에 따라서 속하는 범주가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만 자신이 하는 일에만 국한시켜본다면 이 네가지 범주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없죠. 문제는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25년 가까이 하다 보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놀랍게도 겉으로 화려한 사람 중에 상당 수, 수치적으로 말한다면 70~80%의 사람들이 실력은 겉으로 인정받는 만큼 못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늘 공부 잘한다고 으스대는 친구들이 막상 시험을 보고 나서는 점수가 낮아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임원이라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실력보다 운이 좋아서 또는 회사의 필요에 의해서 임원이 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일하는 걸 보면 ‘저런 사람이 어떻게 임원이 됐지?’하는 의문이 샘물처럼 퐁퐁 솟아 오릅니다. 사회가 공평하지 못하다고 말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보면 정말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배울 것도 별로 없습니다. 실력이 없이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에게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우리 옛말에 사람은 늘 겸손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제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은 드러내놓고 자랑도 하고 자기 PR을 해야 합니다. 요즘은 개인의 가치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시대이고 개인의 가치에 따라 몸값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랑할 것이 있으면 자랑하고 알릴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그러나 자기 PR을 하기에 앞서 진정 내면으로 실력 있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속은 그다지 꽉 차지 않았으면서 겉으로만 자랑하는 사람들은 위선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끓는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 아귀처럼 언젠가는 실력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겉을 꾸미는 것만큼이나 속도 충실하게 다져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겉도 속도 화려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그게 정말 멋진 사람 아닐까요?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djqtdma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15.5.23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015.5.23
  2. 작성일
    2015.5.2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15.5.23
  3. 작성일
    2015.5.2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15.5.23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9
    좋아요
    댓글
    158
    작성일
    2025.5.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9
    좋아요
    댓글
    145
    작성일
    2025.5.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9
    좋아요
    댓글
    86
    작성일
    2025.5.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