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qtdma
  1. 요리에서 배우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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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기 때문에 명절 직후에는 오히려 평소보다 먹을 것이 부족합니다. 명절을 앞두고는 모든 재료값이 비싸기에 명절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가 장을 보기 때문이죠. 그래서 명절 직후에는 먹을만한 재료들이 똑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설이 지난 직후 마땅히 먹을 음식이 없기에 남은 음식들을 모두 모아 전골을 끓여보았습니다. 냉장고를 탈탈 털어 남은 재료를 모두 넣고 적당히 양념하여 보글보글 끓여냈더니 훌륭한 찌개가 되었네요. 국물맛이 담백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것이 아주 좋습니다. 와이프도 요리사가 다 되었다며 치켜 세워주는군요. 설에 쓰고 남은 차례 음식 처치에 곤란을 겪는다면 한 번 모든 재료를 쏟아 넣고 이렇게 전골을 끓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요리에 들어간 재료는 별 것 없습니다. 그저 남은 음식들을 긁어모아 적당히 간을 한 후 끓여낸 것 뿐입니다. 특별한 노하우나 비법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맛을 내주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들이 우러나 이렇게 맛있고 훌륭한 음식이 되었네요.




설 연휴동안 박경숙씨가 쓴 [문제는 무기력이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저는 무기력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저자의 얘기를 따라가다 보니 저에게도 어느 정도 무기력의 증상이 보이는 것 같더군요. 특히 직장생활을 그만두기 직전의 1년은 무기력 단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경제적인 문제가 걱정되어 직장을 그만두지 못했다면 심각한 무기력 단계로 이행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직장을 그만둔 것이 더 잘 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무기력한 생활을 합니다. 대부분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무기력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 도움이 될만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도 자신이 맡은 임무가 그것과 무관하다면 그러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실행해 보자고 건의하기가 어렵습니다. 혹시나 건의를 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죠. 대부분은 '네 일이나 잘해'라는 핀잔만 돌아옵니다.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낮다는 것을 알고 업무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 싶어도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생산공정을 혁신적으로 바꿀 방법이 있어도 그것이 비용을 수반하고 효과를 예측할 수 없다면 그것 역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신이 맡은 일을 실수 없이 잘 하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직장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 역시 25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러한 경험이 꽤 많이 있습니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직장에서나 직장인들은 자신이 최고경영자가 아닌 이상 상사를 모시고 생활해야 합니다. 그런데 상사가 항상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인간적인 것은 아니죠. 때로는 논리적이지 않은 말로 고집을 피우기도 하고 자신의 결점은 보지 못한 채 부하직원들의 결점만 지적해댑니다. 자존심 상하는 말이나 감정을 다칠 수 있는 거친 말을 서슴 없이 내뱉거나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하지 못해서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는 상사들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부하직원들은 어떻게 할까요?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연공서열과 군대식의 상명하달 문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아무리 상사가 옳지 않다고 해도 그것을 반박하거나 따질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참는 수밖에는 없죠.




이러한 상황들이 반복되다보면 직장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한계를 느끼고 무기력감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도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되어 있고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그것을 제대로 발산할 수 없으며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꾹꾹 눌러 참아야 하니 영혼 없이 몸만 왔다갔다 하며 월급만 타먹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이것을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무기력 상태에 빠지게 되면 어떤 일에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사는 것 자체가 재미가 없어집니다. 삶의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죠. 무기력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무기력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 상황을 벗어나서 자신이 기력을 찾을 수 있는 상황으로 옮겨가는 것이죠.




그러자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안에서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며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잘할 수 있는 일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무기력감을 느끼면서도 직장생활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오래 했으니 잘 알지만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습관처럼 '이놈의 직장 때려치워야지'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회사 그만두면 뭘 할건데?'라고 물으면 말을 못 합니다. 그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직장인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만약 그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직장을 떠났거나 조만간 직장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직장인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할 일을 찾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재능이 보잘 것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 재능만으로는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는 비바람불고 눈보라치는 거친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재능이 없으니 비바람과 눈보라를 막아주는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든 버티면서 매달 한 번씩 받을 수 있는 월급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사는 것이죠. 마약이라는 말이 좀 지나친 것 같기는 하지만 월급만큼 중독성 있는 물질도 없을 것입니다. 회사를 그만두려고 굳게 다짐을 했다가도 당장 다음 달부터 월급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 절로 그 결심이 수그러드니 말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일에 자신이 있고 의욕적이었던 사람들조차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감을 느끼며 그렇게 변해가고 맙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재능은 있습니다. 특히나 직장생활을 10년, 20년 한 사람들이라면 분명 자신만의 재능이 있을 것입니다. 정말 재능이 없다면 직장에서 그렇게 오래 버틸 수도 없었겠죠. 자신만 깨닫지 못하고 있을뿐이죠. 그 재능을 조금 더 발전시키고 가다듬고 조화롭게 활용할줄 안다면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계획과 실행을 바탕으로 자신이 행복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설 수 있는 것이죠. 자신이 행복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면 대책없는 무기력감은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낙지와 같은 해물 등 좋은 주 재료가 있으면 요리는 그 주 재료 하나만으로도 빛이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 재료가 없다고 해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별 볼 일 없다고 여겨지는 자투리 음식들을 모아 적당히 간을 했을 뿐이지만 훌륭한 맛을 내는 전골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내가 가진 재능들을 모아 적절하게 조직화하고 체계화한다면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선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믿어보세요. 굼뱅이조차 구르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데 사람은 누구나 한 두 가지쯤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믿고, 그것을 활용하는 연습을 해 보세요. 언젠가는 그 재능이 빛을 발할 때가 올 겁니다. 평범한 재료들을 모아 만든 전골이 아주 맛있는 음식으로 재탄생 된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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