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수입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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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생각의 요새
글쓴이
고명섭 저
교양인
평균
별점7.8 (10)
테일러수입푸드





세상은 알 수록 복잡하고, 사람들은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본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세상에 다양한 돋보기를 대보며 더 정확한 이해에 다다른다. <생각의 요새>저자 고명섭은 다양한 학자들의 저서와 고전도서, 동서양을 넘나드는 최신 연구작까지 다양한 저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의 요새'를 파고든다.



 



1장 '사유의 숲길'에서는 주로 서양 철학을 논하고, 2장 '생각의 요새'에서는 사회사상을, 3장 '사상의 기원'에서는 서양 사상과 신학을, 4장 '회통에서 개벽으로'에서는 동아시아 사상을, 5장 '마음과 우주'에서는 문학과 과학철학을, 6장 '지혜의 시대'에서는 대립의 극복을 다룬다. 자세한 도서목록이 궁금하다면 목차를 참고하면 된다.



 



프랑수아 줄리앙은 "자신과 자신의 일치, 자신에 대한 자기적응에 균열을 냄으로써 '자아'의 마비에서 빠져나오는" 탈합치 개념을 창안했다. 리처드 도티<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에서 우연적인 사건을 거듭해온 사회가 자유주의라는 가장 좋은 사회를 만들었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며 잔인성을 최소화한 사회를 추구해야 함을 주장한다. 알랭바디우는 정치, 과학, 예술, 사랑이라는 영역의 사건들에서 기존의 여론의 지배를 깨뜨리는 보편성을 창출하면서 진리가 출현하며 혁명 집단과 같은 세계 내부의 몸체에 개인들이 합류할 때 개인은 진리의 주체가 된다 말한다.



 



이와 같이 사유의 근본 사고를 건드리는 책들을 읽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틀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만나게 된다. 로티가 말하는 자유주의자들에겐 모든 것을 초월한 특정한 진리라는 것은 없으며 각자의 자기창조 활동을 이어나가며 세상을 발전시킬 뿐이다. 바디우는 자신을 주체로 일으켜 가장 완전한 이상을 마음에 품고 진리의 주체로 나아가는, 이념화를 통해 이념의 빛을 따라 나아가는 삶을 참된 삶으로 보았다.



 



세상에는 어떤 진리가 필요한 것일까? 그저 진리는 중요하지 않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세상은 어떤 수식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



 



<자살론>과 같은 저서로 '사회'라는 틀로 많은 현상들을 바라본 뒤르켐의 이야기와 그의 사고를 비판하면서, 모든 것을 사회로 수렴할 수 없으며 총체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마르셀 모스의 주장도 소개된다. 모스는 사회적으로 인행 신체의 기능이 바뀐다는 <몸 테크닉>을 저술하며 브루디외 이전에 교육,관습,유행,신분에 따라 태도,외관,복장,습관이 달라진다는 비투스 개념을 발견한다.



 



로고스 주의를 바탕으로 여성/남성과 같이 이분법으로 개념을 나눠 한 쪽을 무시했던 사유를 바꾸고자 한 엘렌 식수의 여성적 글쓰기와 남녀의 확실한 이분법을 나누는 운동을 비판하며 이분법을 없애는 작업, 즉 공생적 시각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해 내부, 외부 모두에게 논쟁을 일으킨 도나 해러웨이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여기서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는 그저 기능적 존재인가, 사회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근본 원인이 되는 존재인가 하는 질문과 더불어 사회가 작동하는 법칙과 관성적이고 불평등한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운동을 벌여야 하는가의 질문이 이어지게 된다.



 



동방의 선교를 위해 인토르체타가 고민하여 번역한 <중용>은 역으로 서양 계몽주의에 영향을 미쳤다. 제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화두였는데, 이를 우상숭배로 금지해야 할까, 그저 문화현상으로 보고 이해 해야할까? 타자의 문화를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린 두 가지의 것을 대립으로 볼 수도,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새로운 학문>을 쓴 잠바티스타 비코는 당대 사회가 신이 만든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태도를 불경하다 여긴 것과 달리 "인간의 사회와 역사는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인간의 지성으로 그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고 보았다."(p.259) 사상의 기원은 이와같은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





<계몽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다양한 학자들이 계몽에 대해 논하는데, 여기서 "과감히 알려고 하라!"라고 말하는 임마누엘 칸트의 정신이 돋보인다. 그에겐 인간은 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율적 주체였다. 우린 이성이란 무기로 세상을 이해한다.



 



이도흠의 <18~19세기 한국문학, 차이의 근대성>에서는 원효의 화쟁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원효는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 곧 대대하는 것들을 아울러 더 큰 하나로 회통하는 방법을 내세웠다. 통합을 위한 것. 모든 존재는 서로의 영향을 받아 존재하는 것이라 말한다.



 



하이데거와 불교를 비교한 권순홍<불안과 괴로움>에서는 '존재의 의미'를 묻게된다. 니체의 허무주의를 기반해 사고한 "하이데거에겐 현존재의 실존은 '던져져 있음'으로 요약된다."(p.342) 그의 사고에는 탄생 이전과 죽음 이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교와 달리 "실존의 불안,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막혀버렸다" 고 비판한다. 인간 존재란 무엇일까.



 



과학적 사고도 그저 이성의 산물이었을까? 뉴턴은 '중력'의 근원적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그의 중력 사고의 배후에는 연금술과 점성술 같은 마법적인 사고가 있었음을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과학의 탄생>에서 말하고 있다. 토니 로스먼은 <빅뱅의 질문들>에서 우주의 많은 현상과 특히 기원에 대한 설명의 어려움을 말하는데, 여기서 결국 뉴턴을 포함한 수많은 우주과학자들의 질문들은"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언가가 있는가?"하는 질문으로 귀결된다."(p.465)고 말한다. 여기서 저자는 과학과 철학의 경계가 지워진다 주장한다. 다양한 가설로 우주를 설명하듯, 다양한 가설로 사회를, 세계를, 인간을 설명한다. 결국 세상에 대한 과학적 질문들도 철학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우리는 지혜를 어떻게 다루고 평가해야 할까. 백낙청은 민주주의, 평등주의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지혜의 등급'은 반드시 필요하다 말한다. 평등주의 이념에 따라 지혜조차 모두 평등한 것으로 취급하면 모든 말이 같은 취급을 받아 난장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삶과 세계가 얼마나 넓게, 얼마나 깊게 통찰되느냐가 지혜의 등급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p.477)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혜의 질서는 고정되지 않고 역동적이고 가변적이어야 한다. 언제나 옳고 위계를 가진 지혜는 없으니 말이다. 지혜의 세계에서는 이런 모순관계가 존재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모순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 대신 그가 말한 것처럼 통찰의 힘과 노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



 



<생각의 요새>는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소개로 마무리하는데, 고병권은 민주주의는 제도라기보단 제도에 대응하는 힘의 표출로 인식하며, 대의제 강화와 완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시민운동의 중요성을 내리치는 최장집의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비판한다. 고병권은 최장집이 추구하는 완벽한 대의제 같이 제도적으로 완성된 '완성된 민주주의'란 존재할 수 없으며, 민주주의는 민중의 힘과 함께하는 것으로 여겼다. 제도와 운동은 보충관계 혹은 평행관계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안으로 설명되는 고병권의 발언에서는 자아실현을 외치는 자유주의적 마르크스의 유토피아와도 겹쳐보인다. 결국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구체성과 설계의 문제다. 인간은 여기서 수만가지로 뻗어나간다. 헤겔과 같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까지도 다른 생각을 한다.



 



깊은 사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서로의 영향을 받으며 때론 극단을 지양하며 사고의 통합을 추구했던 학자들의 이야기와 민주주의 논의로 마무리되는<생각의 요새>를 곱씹은다면 현재 사회에 함의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평생을 연구해온 이들의 생각과 노력을 적은 돈을 들여 손쉽게 들여다본다. 이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세계와 인간을, 현명한 삶의 방식을 더 잘 이해한다.



 



*읽고싶었던 도서인데 교양인 서평단에 당첨되어 제공받아 읽었다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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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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