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는책
지지
- 작성일
- 2019.4.9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
- 글쓴이
- 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공저/정지인 역
심심
나는 각자의 생겨먹은 방식에 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겉모습 말고, 내면의 생김새 말이다.
나같은 사람이 제법 많은 모양인지, 뇌섹남 이라는 등의
신조어도 어느 정도 보편화 되었다.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마음가짐이란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항상 신비스럽지만
그렇기 때문에 몹시 자주 답답함을 느낀다. 날 때부터 호기심이 왕성한
내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분야이기에 서점에 들를때마다
새로 출간된 심리, 뇌과학 서적 코너를 기웃거린다. 한참을 심리서적에
몰두한 결과, 인간의 심리 역시 뇌에서 관장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결론에 도달해 그 다음 코스로 뇌신경과학 쪽 서적들을 탐독하고 있던 중이다.
신비스러운 영역을 이성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자체가 굉장히 아이러니
하면서도 신빙성 있게 다가왔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이쪽 분야의 책들 중
심심북스의 책들은 정말 믿고 볼 만한데 (어떤 감독 이름만으로 거리낌없이
그 영화를 택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이번 책은 정말 너무 매력적이었다.
물론 저자의 스토리를 보면 한없이 유감스럽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도울 운명을 타고난 분이라 별 수 없었던 것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저자가 감수한 고통을 감히 생각하면, 너무 흥미진진하게
읽은 느낌이 들어 죄송하기도 하다) 우선 사후에 '갓' 기증받은 따끈한
뇌를 표본화하여 신경정신학적 장애의 원인을 밝혀내고 이에 적합한
치료물질을 개발하는 직업을 가진 연구자가 뇌종양 선고를 받고, (그냥 뇌종양이 아니다. 발병한 이상 완치는 어렵다는 흑색종이다.) 그 과정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기록의 산물이라는 자체에 그 누가
흥미를 느끼지 않겠는가. 당장 어제 일도 잘 기억해내지 못하는 일명 '기억력 고자'인 내게 더욱 놀라운 점은, 지은이가 발병 시부터 완치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너무도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너무도 생생해서, 마치 저자가 생중계 현장에 나가 있는 리포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더욱 몰입했던 것 같다. 너무나도 작가 본인의 직업에
관련된 일이었기에 발병 당시부터 본인의 병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반대로 신의 축복이었을까.
여하튼 '하필' 저자가 평생 몸담고 공들여 일해온 분야이기에 '이 지경'
에 이르러서 까지도 직업정신을 발휘하여 본인의 상태변화와
치료과정을 세세히 기록해 냈다. 맨 처음 제목만 접했을 때는 혹시 범법행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들의 뇌구조는 이러저러한 특징을 가진다는 내용을
담은 책인지에 대한 호기심부터 가졌던 게 사실이다. 어릴적부터
성선설, 성악설 등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에 관심이 많았고 '양심', '도덕', '죄책감' 등으로 대변되는 일련의 분석들에 대해서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터였다. 인간은 다양한 색을 지닌 존재이므로
여러 종류의 가면을 구비하고 상황에 맞춰 적합한 가면을 꺼내 들지만,
이 세상에는 '상식' 에 어긋나는 가면을 써대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는 그 원인이 꼭 밝혀져야만 하는 미스테리들이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의 뇌에서 기인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에
그 중요성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인간의 두뇌 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과학자가 일말의 예고 없이 그 고삐가 풀려버린 본인의 뇌를 마주하는 과정은
실로 경이롭다. 단순한 호기심 충족에 그치는 것이 아닌, 아주 복합 미묘한
기분을 동시에 선사한다. 미처 피하지 못한 파도처럼 슬픔, 허무함, 웃음,
감동 등이 동시에 밀려든다. 찰싹 찰싹. 이 혼란한 감정들에 내 몸을
맡겨보자. 그러고 나면 내일의 세상은 조금 달라 보이지 않을까.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