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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ice
- 작성일
- 2023.2.27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글쓴이
- 하미나 저
동아시아
독특한 제목이 뇌리에 박혀 언젠간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책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별다른 배경지식 없이 바로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이 여성의 우울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었단 점에 놀랐다. 우울하지만 똑똑한 여자들. 혹은 똑똑해서 우울한 여자들. 책의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저자는 이야기를 총 3부로, 또 각각 세 파트로 나누어 총 9장에 걸쳐 여성의 우울증에 대해 말한다. 다양한 인터뷰이들이 등장하고, 당연하게도 제각기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며,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 또한 비슷한 듯 다른 양상을 보인다. 여성의 우울을 단순히 특정 원인에 의한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단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순한 호르몬 작용의 결과로 믿어왔던 나의 주기적인 우울이, 어쩌면 그 이면에 복잡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이유를 파고들기란 매우 번거롭고 힘든 일이기에 제일 간단한 까닭을 붙여버린 것이다. ‘호르몬’ 때문이라고.
나조차도 들쑥날쑥한 내 기분을 모르겠고 알기 어려운데 과연 누가 여성의 우울에 대해 이토록 깊이 연구하고 고민해줄까 싶다. 내 삶이 버거울 때, 우울에 대해 궁금해질 때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
여성의 우울, 그 원인을 에스트로겐으로 한정하는 설명은 우울을 경험하는 여성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워버린다. 여성은 감정 관리를 못하는 취약한 존재가 되고 의학적 설명 외에 자신의 고통을 둘러싼 배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과연 맥락 없는 고통이 있는가? 23p.
진단은 해방인 동시에 억압이다. 진단은 정상과 비정상, 건강과 병리, 현실과 환각, 진짜 고통과 가짜 고통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다. 진단은 미스터리했던 증상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나와 같은 사람을 찾게 해준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심지어 나조차도 승인하지 않았던 고통을 인정해 준다. 그러나 동시에 나를 멋대로 규정하고 낙인찍는다. 수치심을 준다. 삶을 재단한다. 과거를 멋대로 해석하고 현재의 정체성을 건들며 미래를 예언한다. 62p.
우울은 그게 어떤 종류의 생각이든 ‘나’를 향한 몰두와 관련이 있다. 자아가 강조되기보다 자아가 해체될 때, 그래서 애초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될 때, 마음은 더 평온해진다. 114p.
나는 사람들이 명료해지기보다 함께 흔들리길 바란다. 연루되길 바란다. 선 긋고 피해자와 자신을 분리하는 대신 자신이 이미 선 안에 있던 존재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이것은 더 어려운 일이겠지만, 세상에 많은 좋은 것들이 그렇듯 더 보람찰 것이다. 162p.
저자는 이야기를 총 3부로, 또 각각 세 파트로 나누어 총 9장에 걸쳐 여성의 우울증에 대해 말한다. 다양한 인터뷰이들이 등장하고, 당연하게도 제각기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며,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 또한 비슷한 듯 다른 양상을 보인다. 여성의 우울을 단순히 특정 원인에 의한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단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순한 호르몬 작용의 결과로 믿어왔던 나의 주기적인 우울이, 어쩌면 그 이면에 복잡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이유를 파고들기란 매우 번거롭고 힘든 일이기에 제일 간단한 까닭을 붙여버린 것이다. ‘호르몬’ 때문이라고.
나조차도 들쑥날쑥한 내 기분을 모르겠고 알기 어려운데 과연 누가 여성의 우울에 대해 이토록 깊이 연구하고 고민해줄까 싶다. 내 삶이 버거울 때, 우울에 대해 궁금해질 때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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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우울, 그 원인을 에스트로겐으로 한정하는 설명은 우울을 경험하는 여성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워버린다. 여성은 감정 관리를 못하는 취약한 존재가 되고 의학적 설명 외에 자신의 고통을 둘러싼 배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과연 맥락 없는 고통이 있는가? 23p.
진단은 해방인 동시에 억압이다. 진단은 정상과 비정상, 건강과 병리, 현실과 환각, 진짜 고통과 가짜 고통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다. 진단은 미스터리했던 증상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나와 같은 사람을 찾게 해준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심지어 나조차도 승인하지 않았던 고통을 인정해 준다. 그러나 동시에 나를 멋대로 규정하고 낙인찍는다. 수치심을 준다. 삶을 재단한다. 과거를 멋대로 해석하고 현재의 정체성을 건들며 미래를 예언한다. 62p.
우울은 그게 어떤 종류의 생각이든 ‘나’를 향한 몰두와 관련이 있다. 자아가 강조되기보다 자아가 해체될 때, 그래서 애초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될 때, 마음은 더 평온해진다. 114p.
나는 사람들이 명료해지기보다 함께 흔들리길 바란다. 연루되길 바란다. 선 긋고 피해자와 자신을 분리하는 대신 자신이 이미 선 안에 있던 존재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이것은 더 어려운 일이겠지만, 세상에 많은 좋은 것들이 그렇듯 더 보람찰 것이다.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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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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