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정리하다보면 똑같은 책이 두 권 이상일 때가 있다. 읽고 싶어 주문했다가 일에 지쳐 책꽂이에 꽂아 둔채 다시 주문하는 경우이다. 아내와 내가 똑같은 책을 주문할 때도 있다. 대개 이런 책은 '정말' 읽고 싶은 책일 경우가 많다. 지금 당장 읽지 않더라도 구입해 두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므로 꾸역꾸역 책을 사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런 책에 손이 간다. 그리곤 정신없이 읽는다. 하워드 슐츠의 자서전인 <온워드>도 그런 책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두둠한 책이지만 정신없이 읽었다.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묘사와 대사가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어 가독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스타벅스의 창업자 아니던가. 책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하워드 슐츠가 28년동안 소중히 간직해온 열쇠에 관한 연설로 시작된다. 200년 CEO에서 물러나 이사회 회장직을 맡았던 하워드 슐츠는 2008년 1월 다시 CEO로 돌아왔다. 이 책은 그 후의 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은 사랑, 자신감, 고통, 희망, 용기라는 다섯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기에는 수많은 스토리와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기업사를 읽는 것도 참 오래간만이다. 인생의 축소판 같은 온갖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더구나 스타벅스는 요즘 가장 핫한 기업 중에 하나가 아니던가.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이성보다 감정이 이끌려 행동하곤 한다. 기업가 역시 마찬가지다.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꿈에 그리던 자기 회사를 세우게 되면 그때부터 회사는 내 몸의 일부와도 같은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런 회사는 온 마음으로 사랑해마지 않는 가족이자 삶 전체와 같은 존재가 된다. 이는 창립자에게 있어 축복이자 동시에 장애물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을 읽고 스타벅스라는 기업과 하워드 슐츠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공유하고 핵심가치와 초심을 잃지 않는 기업이라는 사실도 인지하게 되었다. 잘 읽히고 재미있다. 위기에 빠진 스타벅스를 되살리는 2년 간의 기록은 마치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다. 위기의 순간에 초심으로 돌아가 혁신과 창의성을 내세우며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드라마가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