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o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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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글쓴이
시미즈 켄 저
한빛비즈
평균
별점9.7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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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죽음을 의식한 암 환자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암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하는 ‘정신종양학’ 전문의로서 이 책을 통해 그의 환자들이 발견한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

암 환자가 100명이 있다면 암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고통도 100가지로 천차만별인데, 그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이다.

책은 크게 5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죽음을 인식한 뒤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을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다.

1장은 환자가 암에 걸린 자신의 현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현재 자신의 모습 그대로 병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은 분노, 좌절,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데, 이 때 저자는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침울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버드나무처럼 유연하게 일어서는 힘을 갖고 있는데, 이 때 부정적인 감정들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고통을 마주한 채 여러 상실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연스럽게 새로운 현실과 세계관을 발견하며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2장은 달라진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다.암에 걸리기 전에 그리던 인생과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현실을 향해 발걸음을 시작하는 단계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꿈꾸던 미래가 사라졌을 때 방황한다. 그리고 이내 오늘 하루를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와 같이 인생의 유한함을 인식하고 나면 하루하루가 매우 귀중해지면서 인생의 우선순위와 삶의 보람을 깊이 고민하게 된다. 즉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3장에서는 죽음을 앞두고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나온다.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must의 나’와 ‘want의 나’라는 두 가지 자아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must의 나’는 타인의 요구 혹은 나를 둘러싼 사회의 영향 아래 스스로를 통제하는 자아이고, ‘want의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자아이다. 이 때 저자는 ‘want의 나’를 진짜 나로 여기고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바로 회복력 외래 진료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must의 나’로 살아온 환자들은 후회와 함께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따르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3장에서 ‘must의 나’를 인식하고 내려놓았다면, 4장은 자신의 want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단계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와 같은 본질적인 것을 생각한다. 인생이 당연하게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환자들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want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때 환자들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요소가 있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따르며 살아가도 된다는 것,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우선할 것, 그리고 지금 여기의 시간을 충분히 음미하는 것이다.

마지막 5장에서 환자들은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발견한다. 인생의 유한함을 인식함으로써 인생의 풍요와 깊이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을 경험한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평범한 지금의 연속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원하는 일을 하는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을 사는 것이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말한다.

처음에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엄마의 인생이 생각나서였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엄마로서 must 인생을 살아왔던 우리 엄마는 택시를 타고 가다가 차가 전복되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 나는 20살이었고,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였다. 막내였던 내가 대학에 가면서 엄마 인생은 자식 다 키우고 한숨 돌리는 단계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다행히도 긴 입원생활 끝에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건강을 회복하셨지만, 엄마의 인생은 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을까? 사회가 던지는 역할을 내려놓고 스스로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신듯 했다.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것이 무엇이든 주저하는 법이 없었다. 또 시간을 내어 고향을 자주 찾았고, 어렸을 적 친구들을 만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지만 우리 가족은 엄마의 인생을 응원했다.

엄마는 그로부터 약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하루하루 want에 충실한 삶을 살고 계시다. 아마 엄마에게는 그 사고가 하루하루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 계기였을 것 같다.

저자는 암센터에서 환자들의 죽음을 마주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즉 생사관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 저자는 인생을 한 번뿐인 여행이자 종착점이 있는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사관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난 후 내 느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죽음 앞에서 인생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시간이었다. 죽음을 인식함으로써 인생에서 더 중요한 가치와 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자는 want의 나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must의 나로부터 벗어나도 좋다고 말한다.

나는 want와 must가 반씩 섞여있는 삶을 살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당장 그 비중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 미래를 알 수 없다고 해서 당장 해야 하는 일을 외면하고 원하는 일을 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죽음을 앞두고 있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다만 그 비중에 대해서 나만의 고민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이 책을 읽고 새롭게 다짐한 것이 또 있다. 나는 2년 전부터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데, 버킷리스트야말로 나의 want가 진하게 묻어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곰곰이 되돌아보니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적어두고 그 다음 단계가 없었다. 내 버킷리스트는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기록들의 누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버킷리스트마다 기한을 정해둬야겠다고 다짐했다.

인생의 유한함을 인식하지만, 나에게 그 시기가 과연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다.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지만, 50년 뒤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수 있다. 내 인생의 종착점이 어디일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하는지 강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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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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