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마니
- 작성일
- 2023.2.18
메이드
- 글쓴이
- 니타 프로스 저
마시멜로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존재를 알 수 없는 직업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들의 존재가 드러날 때는 그들이 자신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다. 메이드가 대표적인 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지만 메이드가 하루라도 청소를 하지 않으면 숙소는 바로 지저분해지고 만다.
소설의 주인공 몰리는 그 메이드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평생 메이드로 살아온 할머니의 영향도 있지만 십 대 어린 나이에 메이드를 천직으로 느끼는 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공간이 깨끗해지는(몰리의 표현에 따르면 '완전무결한 상태로 되돌리다') 마법에 사로잡힌 몰리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리전시 그랜드 호텔에 취직한다.
처음에는 꿈이 있었다. 그냥 메이드가 아니라 호텔 경영과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받고 전문가를 꿈꿨지만 남자친구에게 속아 할머니가 몰리를 위해 모아 둔 돈을 모두 빼앗기고 만다. 췌장암으로 할머니마저 돌아가지자 몰리는 대학 입학은커녕 월세를 독촉 받는 신세가 된다. 손님들의 팁으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지만 몰리는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갖고 한순간도 허투루 일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메이드가 그녀의 천직이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 장애를 겪고 있다. 정확하게는 눈에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사기꾼과 사랑에 빠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녀의 행동과 말은 오직 직구뿐이다.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 그녀의 친구가 돼 준 사람은 VIP 고객인 지젤이다. 사업가 블랙 씨의 부인 지젤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녀의 노력에 두둑한 팁으로 칭찬을 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아끼는 모래시계를 선물 받은 몰리 보물처럼 시계를 간직할 정도로 그녀와의 우정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런데 블랙 씨가 호텔 방에서 사체로 발견되면서 몰리는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 처한다. 가장 먼저 죽음의 현장을 발견한 그녀가 조사 과정에서 목격자에서 살인 용의자로 뒤바뀌어버린 것이다.
심장마비로 죽었다던 블랙 씨가 살해당했다고?! 최초의 발견자가 용의자로 지목될 수는 있지만, 몰리는 결백하다. 그러나 그녀에게 불리한 증거와 증언들이 이어지면서 점점 그녀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소설은 살인사건에 휘말린 메이드에 관한 스릴러기도 하지만 진실을 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 경험이 부족하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만 할머니는 몰리에게 늘 정직을 강조했다.
당신 또한 그런 삶을 살았고 정직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소박한 믿음을 심어줬고 그녀의 그런 태도는 그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세상의 시건으로 바라보면 평범하지 않는 몰리지만, 진심으로 바라보면 그녀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몰리로 인해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 누구도 믿지 못할 상황들이 전개되지만, 그녀를 있는 그대로 보고 믿어주는 이들이 존재하기에 그녀의 재치가 빛을 발하게 된다.
단 5일간 벌어지는 흥미로운 스릴러로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것만큼이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들이 빛나는 이야기다. 영화화된다고 하는데 영화에는 어떤 느낌으로 담길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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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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