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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닭
- 작성일
- 2018.3.22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
- 글쓴이
- 한귀은 저
웨일북
아는 사람의 글을 읽는 건 새롭다. 그 사람을 만나는 것과는 또다른 느낌이 든다. 행동과 말에서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글은 담아낸다. 그리고 조금 더 정돈되고 단정하다. 혹여나 글에서 가식이나 거짓이 묻어나더라도 결국 그것 또한 글쓴이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은 행동과 말 만큼이나 큰 표현력을 가진다.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 한귀은 저자는 아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아는 사람. 나는 일년 정도 그녀에게 수업을 들었다. 비록 그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거지만,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저자의 강의는 대학 내에서 인기가 많았고 수업 또한 재밌었다. 다른 노교수들보다 고루하지도 않고 진부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강렬하게 남아 있는 하나, 교내 영상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이었던 그녀가 1등의 자리를 비워놓고 내게 2등을 줬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 없었지만, 1등 받을 퀄리티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조언해줬다. 언뜻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 돌아보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은 공적으로 알던 저자 한귀은의 철저한 사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낮설다. 교단에서 당당한 모습의 그녀와 달리 아들을 기르는 평범한 주부 혹은 중년의 여성이 책에 담겨 있다. 조금씩 쳐지는 피부, 날이 갈수록 적어지는 머리 숱, 예전 같지 않은 기력, 허무감 등 많은 것들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갑자기 찾아오는 사춘기와는 달리 중년의 허무함은 하루마다 조금씩 스며든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중년의 쓸쓸함을 토로함과 동시에, 한편으로 담담한 통찰을 보여준다. 일과 가족, 관계와 사랑 등에서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비춰주고 있다. 아직 청춘의 마음을 잃지 않은 감수성으로 40대 여성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
저자 한귀은은 기존에 사랑에 관한 전작을 꽤 냈다. 그때의 책이 전문적이고 객관적이었다면, 이번 책은 현실적이다. 그렇지만 둘 다 저자의 모습이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났다고 선택하는 것조차 모순이다. 다만,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는 이번 책이 참 살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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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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