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나이
  1. 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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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파과
글쓴이
구병모 저
자음과모음(이룸)
평균
별점8.7 (65)
양사나이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또는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된 데에 대해 카프카적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_<파과>


 



'파..과'..단어에서 뱉어지는 소리가 청량했다. 책은 어떨까? 소재가 꽤나 신선했다. 사람을 제거하는 킬러의 나이가 다름아닌 65세, 그리고 여성이라니. 설정 자체가 엽기, 아니면 파괴였다. 청부살인 경력 45년에 실패를 모르는 늙은 살인병기라.....


 



그녀는 판자촌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에는 왜 항상 애들을 많이 낳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를 포함해서 6명의 아이가 있었다. 아빠는 직업을 찾아 떠나 돌어오지 않았고 엄마는 자식들을 위해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만 했다. 주인공이자 둘째 '조각'(이름)은 어쩔 수 없이 당숙집으로 입양을 가야 했다. 공장 사장이라 돈이 넉넉한 당숙네에서 딱히 불편함 없이 살았다. 이런 상황엔 항상 꼭 이런 사건이 벌어진곤한다. 당숙네 언니가 곧 결혼을 앞두고 쓰던 방을 조각에서 넘겨 주려 할 때의 일이다. 앞으로 학교도 가고 방도 생긴다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을 때 호기심으로 언니의 결혼 패물을 구경하다 순간적으로 패물들을 주머니에 넣었고 그 일이 들통나 집에서 쫒겨나게 됐다. 15살. 집이나 당숙네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조각은 우연히 '류'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본격적으로 킬러수업을 받는다. 그뒤 45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일명 '방역'이라 부르는 킬러일을 성실히 처리하고 있다...


 



<파과>의 설정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다. 65세 정도면 할머니라 불릴 나이인데도 여전히 킬러로 활동하는 게 신기하면서도 궁금해진다. 일단 늙은 여성 킬러라는 이유만으로 궁금증이 두 개가 생겼으니 초반부터 작가님의 설정은 성공한 것이다. 궁금증이란, 왜 늙은 킬러를 주인공으로 설정했을까? 왜 그녀는 킬러가 됐을까? 정확히 말하면 주인공 킬러 조각의 과거와 미래가 궁금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해야 비로소 궁금증이 풀린다. 이만하면 65세 늙은 킬러의 설정만으로 성공한 거 아닐까?





 

 







모든 것을 의심하고 억측하는 습관은 그녀에게 필수 생존 요건이니 그렇게 생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조형과 부탁으로 이루어진 콜라주였고 지금의 삶은 모든 어쩌다 보니의 총합이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꼭 남더러 갈 곳을 끈질기게 묻더라. 당신 지금 자기가 뭐 하고 있는지는 정말 알기나 해? 아는 건 단 하나, 목적지는 몰라도 하여튼 가고 있다는 사실뿐이지."


 


_<파과>


 



<파과> 설정만으로 호기심을 끌어 당겼다면 내용은 어떨까? 65세 늙은 여인은 방역을 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상처가 생긴다. 새벽에 평소 가는 평원으로 가는데 그동안 자신을 돌봐주던 의사가 아닌 한 젊은 의사가 그녀를 치료한다. 그녀 품에는 연장들이 한가득 있었고 상처 역시 심상치 않았으니 만약 보통의 의사였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친절한 의사는 신고도, 병원에 알리지도 않고 무료로 치료했다. 그녀는 의식을 되찾았다. 자신의 정체가 탈로날까 의사를 죽이려 하지만 이상한 정에 이끌려 살려둔다. 그리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그의 가족을 파악했다. 과일가게를 하는 그의 부모님에게 과일도 사며 신상파악을 확실히 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그동안 닫았던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게 된다...


이때부터 내용은 예상하대로 뻔하게 흘러간다. 조금은 유치하기까지 하다. 킬러 영화들 혹은 킬러 소설들에서 흔히 나올 수 있는 전개였다. 아마 <레옹>과도 부분적으로 일맥상통하다. 처음과 끝은 신선하고 심심한 여유까지 느껴졌지만 중간의 전개는 다소 밋밋했다. 설마설마 했던 내용들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정말이지 환상적인 책이었을 텐데 말이다.


 



<파과>, 65세 늙은 킬러는 마침내 내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 뜨거운 여운. 세상에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했던 상처와 감내해야 한 세월들. 언제든 죽음을 각오한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이가 돼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아직, 살아 있는 자신의 감정을 순수하게 느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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