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쏭이의 끄적끄적
위풍당당쏭이
- 작성일
- 2022.7.5
백광
- 글쓴이
- 렌죠 미키히코 저
모모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직접적인 원인 뿐만 아니라 그 사건이 발생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인 요소들.. 어떨 때는 직접적인 원인보다는 간접적인 원인들이 더 직접적인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책에서 일어난 4살 여자아이의 죽음.
그 아이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이 책을 읽었으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직접 아이를 죽인 범인보다 주변 사람들.. 간접적으로 그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이 더 진범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4살 아이가 목 졸려 죽음을 맞이했다는 광경을 상상하면 끔찍하지만, 모든 집안 식구들이 이 아이에 대한 증오심을 품은 채 쳐다보았을 생각을 하면.. 그게 더 소름 끼치는 일이다.
다른 남자와의 불륜을 즐기기 위해 딸 나오코를 언니 사요코 집에 맡긴 엄마 유키코,
치매 걸린 시아버지와 나오코만 남겨놓고 딸 가요와 함께 치과에 간 이모 사요코,
나오코가 자기 딸이 아닌 처형의 남편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아빠 다케히코,
7년전부터 처제와의 바람을 피웠고, 나오코가 다케히코의 딸이 아닌 자신의 딸임을 알고 있는 이모부 류스케,
유키코의 부탁으로 사요코의 집에 있는 나오코를 만나러 다녀온 불륜남 히라타,
치매에 걸려서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있는 할아버지.
이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벗겨지는 그날의 흔적들! 서로가 겪은 경험들이 조각조각 모여서 최종적으로 그날의 사건을 관통하는 큰 그림이 완성된다.
자신의 불륜을 즐기기 위해 나오코를 언니 사요코의집에 맡긴 유키코, 사요코는 유키코를 닮은 나오코를 미워했었고,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단둘이 남겨놓고 치과에 간다.
그 사이 할아버지는 죽은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나오코를 목졸려 살해하고, 유키코의 심부름으로 나오코를 만나러 온 히라타는 죽어 있는 나오코를 인공호흡을 시도한다.
집에 들린 류스케는 그 모습을 보고 히라타를 돌려보내고, 정원에 죽은 나오코를 묻고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집에 돌아온 사요코는 시아버지가 어지러놓은 주방을 정리하고 있었고, 딸 가요는 정원 흙에 묻힌 나오코를 발견한다.
흙더미 속에서 얕게 숨을 쉬고 있는 나오코의 얼굴에 흙을 더 얹고 그 위에 서 있었던 가요.
사요코는 나오코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고, 결국 정원 밑 구덩이에 묻혀 있는 나오코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세상 끔찍한 살인사건은 이 집안 모든 가족들의 미움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어쩌면 이 사건에 가장 큰 미움의 대상은 유키코인데, 다들 힘없고 어린 나오코에게 그 미움을 다 쏟아버린 걸까?
나오코에게 혹은 류스케에게 도덕적인 윤리를 저버린 것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잘못된 관계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무관심들은 결국 모두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주게 되었고, 부메랑이 되어 어린 나오코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과연 나오코를 직접 목졸라 죽인 할아버지가 진범인가? 어쩌면 다시 숨을 쉬게 된 나오코를 꺼내주기는 커녕 그 위에 흙을 덮고 서 있었던 가요가 더 진범이 아닐까 싶다.
어린 가요까지도 그런 분위기에 젖도록 내 버려둔 어른들의 잘못을 물어야 할 것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끔찍한 결말을 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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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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