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ES24 리뷰어클럽

Attic
- 작성일
- 2022.11.30
치매의 모든 것
- 글쓴이
- 휘프 바위선 저
심심
이 책을 완독하자마자 다시 읽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치매 안내서가 있다면 긴 여정에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치매의 모든 것'은 네덜란드에서 1999년에 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2022년에 출간되었어요. 목차를 훑고 책을 한 차례 읽어보니 저자가 치매에 대해 얼마나 세심하게 담아내려 노력했는지가 보였습니다. 지금보다 노령인구가 늘어날 10년 뒤에는 가정마다 필독서로 꽂혀있을 거예요. 치매 환자가 있는 사람이나 혹은 치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면 꼭 읽어봐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내게도 치매 환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걱정과 혹여나 내가 치매에 걸릴 때에 준비사항을 알고자하는 마음에 관심이 생겼어요. 우리는 우선 치매라는 질병에 대해 알아야하죠. 치매의 70퍼센트는 알츠하이머병이고 이 중 55퍼센트가 "순수한 형태"의 알츠하이머병이며 15퍼센트는 다른 형태를 띤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합니다. 생리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 그리고 사회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치매는 가족성이 있더라도 유전적인 요인보다 환경적 소인도 중요하기 때문에 특별히 다루지는 않는다고 해요. 그리고 치매는 예방과 지연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초기진단과 초기치료를 강조합니다.
치매를 진단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환자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심리적인 이유와 의료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이별을 준비하지 못하면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우리가 미디어에서 만나는 치매 환자들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만 실제 치매는 사람마다 매우 다양한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해요. 진행이 일어난 경우 일단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보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일련의 단계를 거치는 일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 불가합니다. 심리적인 반응과 신체적인 증상들이 책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어요. 흔히 거짓말을 하거나 화를 내고 공격적인 성향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고 해요.
저자는 건강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치매 환자들의 문제를 비유를 통해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한지원 교수의 감수가 있어 부연설명의 이해를 돕고 한국의 실정을 알 수 있어 페이지마다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 점이 좋았어요.
치매는 종류에 따라 나뉘는데 가장 대표적인 피질형 치매는 대뇌피질에 영향을 받으며 사고 능력에 문제가 생깁 니다. 신기하게도 안쪽에 있는 소리를 처리하는 뇌 부위와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 음악을 통해 안정된 상태를 유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며 특히 안타까웠던 점은 환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찾지 못할 때 였습니다. 제가 상상하기에 적당한 언어를 찾지 못하는 것은 무너지는 모래늪에서 손을 뻗는 이미지가 그려졌습니다. 의미착어증이 나타나거나 언어이해력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해요. 이러한 공허함이 반복되면 환자는 자신의 무력감을 전달하고자 감정표현이 격해진다고도 설명합니다.
치매 환자들에게 절대적으로 금기되는 것은 이유를 묻는 것과 아이처럼 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당사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묻는다면 공격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으니까요. 간병할 때에는 환자들에게 버팀목이 되고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처럼 책에서는 치매에 대한 이해와 증상들, 그리고 대처방법들을 세밀하게 제시합니다. 또한 제시한 방법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에 환자마다 적절한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문제를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하면 생각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되었어요.
책에는 치매 환자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간병인(돌봄 제공자)의 건강과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몇 가지 당부를 하는데 이는 같이 있는 간병인들의 우울 진단이 48.6퍼센트에 달하고 그 피로도와 장기간에 달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궁극적으로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간병이라는 것은 사람을 온전하게 생활할 수 없게 합니다. 집을 비울 수 없어요. 만약 고립되어 있고 분노가 커졌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얼마나 절망적일까요.
한국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는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상담콜센터, 그리고 거주지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치매 환자를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은 최후의 방법이고 돌보는 과정은 결국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것인데 당신마저 한계를 넘어서면 안된다고 다독입니다.
간병에 앞서 이 책에 있는 유용한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정서적으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진정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작업임을 알립니다. 그리고 돌봄을 맡는 다수의 딸들에게 완벽을 추구하지 않아도 되며 감정적으로 매몰되지 않는 조언들도 남기며 마무리짓습니다.
424쪽이 되는 분량에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것 같습니다. 밑줄 그은 부분이 얼마나 많던지 그만큼 의지가 많이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치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치우고 나와 같은 경험을 마주한 이들을 보며 힘을 얻고 희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현재나 가까운 미래일지 막연한 시기일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갖고 있기만해도 든든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거예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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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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