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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ssing00
- 작성일
- 2020.9.4
사이언스 블라인드
- 글쓴이
- 앤드루 슈툴먼 저
바다출판사
독서모임에서 친구가 이 책을 추천했을때, 아 이번에 또 과학책이야? 했다. 그런데 읽어보니 과학책이라기보다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직관적 이론이 어떻게 과학적 이해를 방해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과학을 이해해야하는지에 대하여 쓰여있다. 심리학과 교수가 쓴 책이니만큼 과학전문도서로 치부하기보다는 영유아의 인지능력과 결부하여 과학의 이해를 돕기위한 책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목차는 크게 1부 물리세계와 2부 생물세계로 나뉘어져있는데, 물리세계보다는 개인적으로 생물세계가 더 재미있었다. 혹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2부 생물세계부터 먼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나 또한 물리를 원래 싫어하는지라, 1부 물리세계 쪽을 읽다가 중도 포기할 뻔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직관적이론은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경험적으로 학습되기도 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비과학적 이론이 쌓여있다면 그건 우리도 모르는 사이 가지고 있던 직관적 이론 때문일거다. 예를 들어 지구가 둥글다는건 배워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에게 보이는 지구는 평평한 모습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지구는 평평하지만, 과학적 이론으로 지구는 구의 모양을 띄고 있기 때문에 개념의 간극이 있다. 따라서 과학시간에 지구가 구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배웠다하더라도 실제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지, 구형의 지구에서 왜 땅이 편평해보일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지구가 구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아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직관적 이론 위에 올바른 과학적 이해를 하기 위해 개념의 간극을 어떤 방식으로 메꿔야하는지에 대하여 알려준다. 우리가 학습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잘못된 직관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이해 틀을 마련하도록 '개념적 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p.13
직관적 이론은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따로 배우지 않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터득한 설명이다. 스스로 관찰했던 모든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짐작한 이유, 그리고 그 일에 우리가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측들이다.
p. 20
자연현상에 대한 직관적 이론을 구성하게 되는 이유는, 그 현상의 과학적 이론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념적 변화가 일어나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념적 변화를 이루려면 과학적 근거 없이 형성된 직관적 이론을 송두리째 뒤집어엎어야 한다. 우리가 세상을 잘못 이해하는 이유는 직관적 이론 때문이고, 직관적 이론이 생기는 이유는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힘든 개념적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직관적 이론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까 라고 처음에 생각했으나,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건 우리가 가진 수많은 직관적 이론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꽤나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표준화된 지구본에서 호주는 항상 아래쪽에 있고, 그런 이유로 호주 어린이들이 영국 어린이들보다 2~3년 더 일찍 구형 지구모델을 습득한다고 한다. 호주는 지구본의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에 구의 아래부분에 살고 있음에도 떨어지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동기부여가 있고, 그런 이유로 영국보다는 호주 어린이들이 지구 모양에 대하여 개념적 발달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전에 읽었던 책 '2050 거주불능지구'를 보면 기후위기에 대하여 사람들이 여전히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먼 미래에 닥칠 위험 정도로 치부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지구는 착취로부터 보호를 받아야하며, 인간은 죄의식을 느껴야한다는 전략을 쓰지만, 이는 그리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p.`170
메커니즘에 대한 지식이나 과학계의 합의를 강조하는 것보다 개념적 수준에서 더 효과적인 접근은 지구가 영원하다는 우리의 인지오류를 감안하여, 지구가 인간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지구를 영원한 행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죄의식 운운해도 인간은 지구가 입을 피해를 염려하지 않게된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이 기후위기를 초래하였고 그에 대한 죄의식을 가져야한다는 주장보다는, 기후위기로 인간 자신을 더욱 망치고 있고 결국 그 영향은 인간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점에 호소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정서적 공감이 되더라도 결국 개념적 수준에서 공감하지 못하면 우리는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가 가진 직관적 이론에 대한 이해와 개념적 변화는 중요하다. 이러한 개념을 이해하고 교육을 하거나, 받는다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쉽게, 오래 그 내용이 남을 것 같다. (물론 우리의 현 교육체계에서는 가당치도 않는 말이다.)
p. 350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론의 수정과정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보다 이전의 아이디어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어렵다." 이 책 전반에 걸쳐서 우리는 새로운 개념들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경우에도 이전의 개념들이 그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는 많은 예들을 보았다.
이 책은 물리, 생물 등 과학적 개념에 대한 설명에 대해서 직관적 이론과 개념적 변화에 대하여 잘 설명해놓은 책이지만, 결국 이것은 과학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해볼때 "소통이 안된다"라고 생각이 드는 경우, 상대방은 어떠한 직관적 이론에 기초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상대방의 직관적 이론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끝내 소통은 안될테니 말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함께 직관적 이론 및 개념적 변화에 대하여 충실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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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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