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김머그리
- 작성일
- 2015.11.15
마션
- 글쓴이
- 앤디 위어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마션
- 앤디 위어 (저)

"아무래도 ㅈ됐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책이다.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를 다룬 이 책은 동명 영화 <마션>의 원작 소설이 맞다. 영화를 보고 '마크 와트니'라는 인물에 반해 결국 책까지 집어들고 말았다. 그런데 이렇게나 강력한 첫 구절로 나를 맞이할 줄이야. 책은 화성에 홀로 남게 된 현재의 마크 와트니로 부터 시작한다. 그리고는 그가 어째서 화성에 홀로 남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영화의 시작과는 다른 부분이었다. 영화는 와트니가 홀로 남게 된 계기로 부터 시작 되었으니까. 설명을 끝마치고 다시 현재로 시점으로 돌아오는데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은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대한으로 살아남을 궁리를 하고 감자를 발견해서 그 감자를 심기 위해 동료들의 변과 자신의 변을 물과 흙에 잘 섞어서 비료로 만들고 밭을 일구고 뭐 그런 것들. 참고로 화성 탐사대에서 마크의 타이틀은 '식물학자 및 엔지니어'였는데 모르긴 몰라도 화성에 남게 된 것이 마크가 아닌 루이스 대장을 포함한 다른 팀원들 중 한 명이었다면 살아남겠다고 농사 짓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일찌감치 치사량의 모르핀을 투여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심리
직전에 읽었던《사립학교 아이들》에 이어,《마션》또한 거의 600p에 달하는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는 장편소설이었다. 그만큼 영화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던 부분들도 많이 있다는 얘기다. 과학 지식 활용에 대한 부분이나 헤르메스호 및 지구 동료들의 상황은 영화에서 비교적 잘 활용했던 반면,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의 심리 변화에 대한 부분은 생략된 것들이 제법 있었다. 분량에 따른 정도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소설 속 와트니의 분량이 영화 보다는 좀 더 많았던 만큼 좌절의 빈도가 더 잦았다. 나사에 대한 의존도는 더 낮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막사의 (에어로크 1) 일부가 폭발하는 상황을 맞았던 것 외에도 소설은 영화와 달리 후반부에 와트니에게 시련을 두어번 (이상) 정도 더 부여했다. 예를 들면 드릴을 연결한 전선의 합선으로 인해 힘들게 찾아 온 패스파인터의 선이 녹아, 나사와의 연결이 끊어졌던 것. 뭐 깨진 쿠크 챙기느라 고생깨나 하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와트니는 잘 이겨냈다.
덧) 와트니가 워낙에 배짱이 좋다고 해야할 지, 긍정의 아이콘이라고 해야할 지,
시종일관 쾌활함과 강한 멘탈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보니 그의 좌절이 좀 묻히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 대개는 이랬지만..

친절한 마크 와트니씨
'SF' 소설인 만큼 정말 다양한 과학 용어들과 다양한 과학적 지식과 다양한 응용법 들이 등장한다. 그에 따른 설명도 짧게는 1p에서 많게는 3-4p가 넘어갈 정도의 분량으로 친절하게 열거되어 있다. 설명에 있어서 만큼은 영화보다 확실하게 친절하다. 다만 내가 정말로 전형적인 문과형 인간이며, 수학/과학과는 일찌감치 담을 쌓은지 오래인지라 와트니가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어도 솔직히 1도 못 알아들었다. 쉬운데 어려운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소설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과학적 근거는 저~멀리로 제쳐두고 마크 와트니의 심리 (변화) 드라마 위주로 보았다. 뭔가 찰지게 잘 쓰여진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었달까.
디테일
쓰다보니 계속해서 영화와 비교 아닌 비교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소설과 영화의 후반부는 초-중반과 달리 디테일에서 부터 차이가 꽤 컸다. 나사와의 연락이 끊기며 두 번째 시련이 닥쳤던 그 시점에서 부터 차이가 서서히 벌어졌다고 보면 되려나. 영화에서는 와트니가 헤르메스호와의 랑데부를 위해 장거리 여행을 하는 과정이 생략되었는데 소설에서는 그 또한 자세하게 다루어져 있었다. 그리 순탄한 여정은 아니었다. 뒤집어지기도 하고 거대한 모래폭풍을 만나기도 하는 등 와트니를 위협하는 상황들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더불어 와트니와 헤르메스호가 랑데부 하는 순간도 그렇다. 이 부분은 소설이 더 현실적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연출이 더 마음에 든다. 아, 단명의 아이콘인 '숀 빈 (반지의 제왕 보로미르)'의 출연으로 '<반지의 제왕>의 엘론드 회의'를 언급한 장면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해준 부분도 좋았다. 소설에서는 그냥 유쾌한 느낌이었는데.. 영화를 먼저 보았던지라 텍스트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보다는 영화 속 연출과 소설 속 인물에 영화의 배우들을 대입 시키며 보았다. 소설이나 영화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기 보다는 소설도 영화 만큼 재미있고 영화도 소설 만큼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지루함 없이 보았고 지루함 없이 읽었다.
결론은 마크 와트니 만세!

▲ 그냥 넘기기에는 조금 섭섭한 마크 와트니 어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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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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