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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좋아
- 작성일
- 2012.3.18
행복의 건축
- 글쓴이
- 알랭 드 보통 저
청미래
행복의 건축
나는 중고서점에서 샀다.
내가 만약 이 책의 첫 주인이었다면
나는 절대로 이 책을 중고서점에 내놓지 않았을 거다!
작년 봄에서 여름까지 우리 집 도로 건너편에
건물 하나가 새로 지어지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면 망치 소리. 벽돌을 나르는 인부 아저씨들의 목소리가
나를 깨우는 바람에 휴일에도 늦잠조차 맘껏 잘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나는 내 평생 다른 어떤 해보다
일찍 해가 뜨는 봄과 늦게 해가지는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불편을 견뎌내면서도 별다른 불평을 쏟아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 소리에 유별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에게 이것은 좀 의외의 반응이었다.)
나는 아침에 베란다 창문을 열거나 빨래를 널면서
도로 너머로 건물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며
처음 땅이 다져지는 모습에서 철근이 세워지고 벽돌이 올라가고
지붕이 덮이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나는 아마도 그때 평생 처음으로 하나의 건물이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던 그 기회를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고 나서 (나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그 언제가 부터)
나는 갑자기 목수나 집을 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건물이나 가구를 통해
내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나인 곳에서 살고 내가 나인 가구들을 사용하며
나를 나이게 하면서 살아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의 꿈은 역시나 재능이 받쳐주지 못하는 바람에
당연히 헛된 꿈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 현실은 정직하다.
그래서 현실은 누군가에겐 때론 슬프다!
그리고 몇 달 후 건물은 드디어 완성되었다!
내가 남들에겐 분명 소음이라 불릴 수 있는
소리를 소음이라 부르지도 못하며
건물이 완성되기만을 기다리며 하루 하루 지켜보았던
여러 날이 지나고 나서 그곳에는
드디어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흔하디 흔하게 볼수 있는 농협 지점 하나가 말이다!
그 무표정하고,,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쌍둥이 같은 건물이,,,,
도로 건너편에서 나와 마주하고 섰다!
새 건물이 들어서고 나서 나는
더는 설레는 맘으로 거실 창문을 열지 않는다.
물론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때도 될 수 있으면 최대한
그 건물이 내 눈에 잘 띄지 않는 방향으로 돌아서서 빨래를 넌다.
여기서 이제 더는 그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로
내가 새 건물을 보며 느꼈던 실망감을 대신한다.
아무튼,, 지금 나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니까,,,,
행복한 책 읽기
행복을 위한 건축
건축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름다운 건물이 우리를 아름답고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 주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을 가진다.
그러나 건축은 우리의 이런 믿음에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배신하기도 한다.
건축은 어쩌면
도덕적 메시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집에는 정말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살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아름다운 집의 도덕적 무능
어떤 스타일로 지을 것인가
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
당신이 살고 싶어하는 집의 스타일이
당신 자신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건물은 우리를 보호해 주는 동시에
우리는 그 건물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바란다!
두 층계는 영혼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상태를 불러낸다.
당신은 어느 층계로 올라가고 싶은가?
건물이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기를 바라는가?
왼쪽? 오른쪽?
그런 게 어딨어?
내가 사는 집을 보고 사람들은
성냥갑 같다고 하더군,,,
나는,,,,
그래,,,
대한 민국 아파트에 산다!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다
자꾸자꾸 건물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우리가 감탄하는 건물은 결국
아름다운 건물이다.
아름다움이 행복한 약속을 보장하니까!!
말하는 건물
나는 진짜 누구를 친구로 삼지?
아름다운 것에 대한 취향의 충돌
예술도 역사를 가진단다.
취향의 충돌은 취향의 스펙트럼에서 새로움을 가져오지.
21세기 서울 한복판에
내가 로마네스크양식으로 빌딩을 짓는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하하!!!
그럴 일은 당연히 없지,,
로마네스크는 사실 내가 원하는 스타일도 아냐,,,,
게다가 나에겐 그 건물을 지을 만한 돈도 없잖아?
하하하하!
왜 자꾸 웃음이 나지?
궁궐의 과잉을 교정해주는 오두막
들의 미래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아주 먼 미래에도 계속될 문제,,
오래된 고상한 나무 몇 그루가 서 있던 자리에
여우 굴과 울새의 둥지가 있던 자리에
슬픔이 아주 잠시 머물다 가나보다.
장식없는 콘크리트의 매력을 인식하는 것
이 책의 주제는 건축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다.
인기있는 소설가인 저자는
이성적인 태도보다는 감성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을 한다.
비록 흑백 사진이긴 하지만 보조 자료로 충분히 이용되고 있고
책을 따라 읽어 가다보면
건물이 살아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든다.
그런데 그 말이 좀 어렵다.
그 의외성이 이 책의 매력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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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