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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현밍구
  1. 문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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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초판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글쓴이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더스토리
평균
별점9 (10)
청현밍구

이 위대한 책에 어떤 리뷰를 작성해야 할까?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 소설 중 하나로 도스토옙스키가 남긴 많은 명작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다만, 원래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이 작품을 3부작 대대장편소설로 구상하고 있었는데, 1부에 해당하는 지금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소설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분량이지만 이는 그가 원래 생각한 장편소설의 프롤로그격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스토옙스키가 서거하기 3개월 전 탈고된 제1부는 미완성작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그 자체로도 훌륭한 완결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스토옙스키 스스로도 1부를 출간한 직후 지인에게 보낸 서신에서 "나의 모든 걸 쏟아냈다" 라며 이 작품의 완결성을 자평했다고 한다.



1부 출간 이후 알렉세이가 주인공인 본편 2부를 쓰려고 했으나, 제대로 된 집필을 시작도 하기 전에 도스토옙스키가 사망함으로써 명목상으로 이 위대한 작품은 도스토옙스키의 미완성작이자 유작으로 남았다. 도스토옙스키가 남긴 2부의 초안은 알렉세이가 혁명 세력에 가담하여 황제를 암살하고 처형당하는 내용으로 전개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만약 그랬다면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함께 더 위대한 대서사 소설로 쌍벽으로 남았으리라. 엄청난 분량에서도 전쟁과 평화를 압도했을 것 같다.



 



도스토옙스키(표준 외래어 표기법이 이렇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도스토예프스키, 러시아어 표기에 좀 더 가깝게 번역한 책은 도스또예프스끼 등으로 불린다.

2021년은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이었다.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소설을 쓴 작가의 위대함이란...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소설가다. 한국의 독자들이 특히 러시아 대문호인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한다. 많은 지식인들에게 언젠가는 읽어야 할 작가, 평론가들에게는 가장 문제적인 작가로 후배 문인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작가 1순위로 꼽히는, 문학계 영향력에 있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전무후무한 작가이다.



이 책의 띠지에도 "세상의 모든 책을 불 살라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남겨야 한다."고 무려 톨스토이가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이미 이 책을 두 권의 다른 번역본으로 소장하고 있다. 예전 범우사 판본으로 김학수 고려대 교수님이 번역한 책으로 중간 정도 읽다가 말았고, 열린책들에서 나온 빨간 양장본(다시 올 봄에 200주년 특별판으로도 구입했다) 등 세 명의 번역가가 번역한 책을 소장하고 있다. 언젠가는 비교해 가면서 책을 다시 한 번 더 읽을 때마다 음미해 보고 싶다. 



사실 번역소설은 결국 역자의 정확한 번역과 의역 사이, 또 얼마나 그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러시아 문화에 정통하냐에 따라서 또 다른 맛을 주기 때문이다. 

여튼 나는 도스토옙프스끼 전집을 비롯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무려 3권의 다른 판본으로 소장(?)하고 있다. 소장이라고 하는건 아직 다 읽지는 못 했으니까...



단 하나의 벽돌책을 사야 한다면 나는 서양에서는 도스토옙스키의 이 책으로 추천한다. 동양고전으로는 사기열전을 추천한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고 배가 부른 느낌이다. 

장기전으로 보고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을 3년안에 완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10권의 그저 그런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제대로 된 고전 독서가 인생의 큰 양분을 주고, 문학적 소양을 높여준다고 하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앞으로도 더 많이 읽으면서 생각하고, 재미를 느끼고 싶다.

먼 훗날 시간이 흐르면 우리 아이들과 고전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사고력이 깊으면서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마음과 생각이 따뜻한 아이들로 키울 수 있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읽고 생각해 보기 위해 읽고 있다. 





사실 이 책은 그 두께가 상상을 초월하지만 고전치고 지루하지도 않은 편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서 한가지 특징적인 면이 있다면 그의 출생과 가정환경을 봐야 한다.



그의 아버지는 모스크바 빈민 병원에서 일한 군의관이었으며,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성격의 소지주였다고 한다. 종교적이고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와는 달리, 잔혹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도스토옙스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그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부재하거나, 무능하거나, 잔학하여 자신의 자식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몸을 팔게 하거나, 자식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그 자신이 자녀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심지어 성적인 폭군으로 등장하는 악역으로 그려진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의 아버지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방탕한 호색한이자 무책임한 가장이다.



그는 두 번의 결혼에서 세 명의 아들을 얻었으나 단 한 명도 자기 손으로 보살피지 않았다.



책에서는 그의 집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스메르쟈코프도 사실은 표도르가 백치 여인을 겁탈하여 생긴 사생아라고도 한다고 밝힌다. 아버지는 캐릭터가 한없이 이상하다.



결국 3명의 여인이게서 4명의 아들을 둔 셈이다. 



그가 외면한 세 아들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성장하다가 장성해서야 아버지를 찾아온다. 이 카라마조프가 형제들이 대부분 이미지가 좋지는 않다.



퇴역 장교인 장남 드미트리는 자신에게 어머니가 남긴 유산이 있으나 아버지의 술책에 모조리 빼앗기게 됐다는 것을 알고 담판을 지으러 왔다가 아버지가 탐내는 여인 아그라페나에게 반하고 만다.



당시 19세기에 대학을 나온 지식인인 차남 이반은 형의 부탁을 받고 아버지와 사이를 중재하러 왔다가, 형의 약혼녀인 카체리나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 무슨 한국 아침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전개와 이야기의 시작이다. 



막내 알렉세이는 수도자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서 수련 중인 신심 깊고 선량한 청년으로, 가족들의 갈등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그의 스승인 조시마 장로가 환속을 권하여 속세로 돌아온다.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돈 문제로 장남 드미트리와 다퉜는데, 그날 밤 표도르는 누군가에게 피살되고 장남 드미트리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다.

미완성 대작으로 남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옙스키를 평생 괴롭힌 신과 악마,



선과 악의 이분법적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했던 작품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대결은 이반의 극시 <대심문관>과 장로 조시마의 수기와 대비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결국 두 원리의 통일이 성취되지 않은 채 끝나고 있다. 



작자 자신 역시 말년에는 뇌전증(흔히 간질이라고 한다)과 정신분열 등이 극심해졌다. 



결국 이 작품으로도 작가의 자아 분열이 얼마나 심각했었는가를 여실히 말해 주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그의 생애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작품속에 그의 생애가 많이 투영되어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은 그의 아버지가 의사로 일하던 모스크바 빈민 병원이었는데, 그 병원의 많은 환자들은 모두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다. 



어린 도스토옙스키는 이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했고, 그들과 대화하며 느낀 경험과 배움은 평생의 문학적 자산이 되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의 심리학의 대가가 될 씨앗이 여기서부터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첫 데뷔 작품이 가난한 사람들이다. 작가 스스로도 평생을 가난의 굴레와 병치레에 허덕였다. 



 



두 번째 엄한 아버지가 영지의 농노들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도스토옙스키의 아버지는 도스토옙스키의 어머니가 죽은 후 영지로 내려가 생활했는데, 농노들을 가혹하게 다루었던 것이 죽음의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테르부르크에 있던 도스토옙스키 형제는 큰 충격을 받았으며, 이 시기에 도스토옙스키를 평생 괴롭힌 간질 발작이 처음 나타났다고 한다.



 



이 소설 역시 아버지를 죽인 카라마조프가 형제들의 진범을 밝히는 내용이 주를 이루며 법정에서 법정에서는 수많은 증언과 갑론을박이 오가고, 미챠를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정황 증거는 있었으나 확실한 물증은 없었으며 미챠에게 유리한 증언도 여러 번 나온다.



하지만 '형은 무고하고 진범은 스메르쟈코프이며 그를 교사한 것은 나다'라는 이반의 증언을 들은 사람들은 병에 걸려서까지 형을 변호하는 이반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를 망상에 사로잡힌 중환자의 헛소리로 치부하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흥분한 카챠가, 예전에 미챠가 이성을 잃고 보낸 편지에서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내용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미챠에게 몹시 불리해지고, 미챠는 누명을 벗지 못한 채 꼼짝없이 유죄 판결을 받는 내용이 전개된다.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대 배경으로 시골 지주 집안인 카라마조프 가에서 일어난 존속살해 사건이 중심 서사를 이루고 있다. 이는 시골지주 출신이면서 아버지가 농노들에게 살해되는 경험을 한 도스토옙스키 삶이 투영되어 있다.



특히 도스토옙스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인 카라마조프가 사람들의 인간 내면 탐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아버지 표도르와 장남 드미트리이지만, 사실 이 소설의 진짜 주제를 표상하고 있는 인물은 차남 이반과 삼남 알렉세이다.



이반은 냉철한 지식인으로 철저하게 합리론을 신봉하며 '신은 없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실존주의적 무신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반은 이 말을 당시 지식인들이 주장했던 구 체제와 구 사상을 극복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도대체 너는 네가 방금 떠나온 저세상의 비밀을 우리에게 한 가지만이라도 전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대심문관은 그리스도한테 이렇게 묻고는 곧 자신이 대신 답하는 거야.

‘아니, 그럴 권리는 조금도 없어. 그건 네가 옛날에 한 말에 무엇 하나 덧붙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또한 네가 이 지상에 있을 때 그처럼 강력히 주장했던 자유를 민중에게서 빼앗아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그래. 네가 지금 새로이 전하려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민중의 신앙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뿐이야.



 



알로샤와 이반이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마치 오래 전 그리스의 수도자들이 성모신심에 의해 여러 전설과도 같이 내려오는 전승을 모티프 삼아 지은 신학적 이야기를 자기도 하나 만들어 보았노라면서 이반에게 얘기해 주는 내용이다.



반대로 신실한 예비 수도자였던 알렉세이는 세상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알렉세이는 어떤 모욕을 해도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먼저 손을 내미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고,그만큼 세상으로부터 사랑받는 인물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말한 지금까지 쓰인 가장 위대한 소설이라는 평가, 톨스토이의 평가, 현대 무라카미 하루키 등 수많은 후대 소설가와 사상가들에 모티브를 준 이 책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초판본 디자인 그대로 만나보자. 



올 휴가는 서가에 꽂아둔 고전 한 권 꺼내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나 역시 꼭 실천하고 싶다. 



 



참고로 이 책은 1권보다 2권이 훨씬 두껍다. 1권을 읽어냈다고 뿌듯해 하는 순간 2권의 엄청난 두께가 압박한다. 그래도 재미있게 잘 읽히고 마치 남한산성이나 법정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말의 향연이 이 소설을 이끌고 가는 가장 큰 힘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위대한 작품에 감히 이 초라한 서평을 작성할 수 있으랴!



명불허전! 지금 당장 소장하라! 언젠간 읽게 될 것이다.



 



* 예스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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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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