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고 자고 싸고 생각하는 이야기

태이아빠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11.19

빈티지 무브로 복각한 시계를 하나 구입했다. 부로바의 전성기 시절 루비얏이라는 이름으로 납품되던 시절의 물건이라던데.. 40년대의 물건이라고 하니 어언 70년 가까이 살아남아서 누군가의 손을 거쳐 시계라는 용도로 다시 탈바꿈을 한 녀석이다.

파네라이의 PAM127케이스를 사용했다. 물론..1950이라는 글씨도 없고 한눈에 봐도 파네라이는 커녕 파케라이도 아님을 알 수 있는 물건이지만 사이즈가 큰 탓에 손목에 올리면 버겁다. 벽에라도 걸면 모를까.
태엽을 감는 일도 힘이 든다. 너무 빡빡해서 한번 밥을 주려면 경쾌한 느낌은 없고 세월이 켜켜이 쌓인 그 흔적을 따라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밥을 주면서.. 이 걸 내가 왜 샀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심장이 뛰듯이 채칵채칵하고 돌아가는 시계 소리를 들으면 그 느린 단절음속에서 지나간 세월을 극복하고 아직도 현역으로 살아 움직이는 시계의 생명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요즘에 나오는 시계의 하이비트와 달리 로우비트로 채칵채칵.. 움직이는 시계 소리에서 묘하게 마음의 평안을 느껴본다.
70년후에도 이 시계는 존재할까?? 나보다도 더 오래 존재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쩌면 인간은 시간의 흐름속에서 잠시 잠깐 존재하는 그런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 순간, 이 시간, 이 장소는 아주 잠깐의 찰나에 불과한 것이라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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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