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단숨에 읽어 버렸다. 에세이라고 하기 보다는 한편의 르포, 혹은 흥미진진한 소설 같은 책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실존 인물이라고 하며 저자인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이 책 한권으로 몇가지 폭탄 같은 논쟁거리를 던진다.

 

달리기에 대해 쓴 책중에서 꽤나 감동적으로 읽었던 "나는 달린다"의 저자 요쉬카 피셔는 달리기로 살을 뺀 대표적인 인물이다. 물론 요요 현상이라고 할지 이후에 다시 살이 찐 모습으로 그의 팬들을 실망시켰지만. 그가 쓴 책에서 인용된 에밀 자토펙의 말은 나의 가슴에도 달리기에 대한 열정을 불러 일으켰었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라는. 이 얼마나 단순하고 간결하고 명료한 말인가.하지만 감명을 받고 뛰어든 헬스클럽의 런닝 머신위에서 나는 지루함을 견디기가 힘들었고 달리기는 힘들고 지루한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기꺼이 받아 들였다. 현대인은 달릴 필요가 없다라는.

 

크리스토퍼 맥두걸이 재발견해낸 원시부족 타라우마라족은 며칠씩이라도 달리는 부족이다. 그들은 거의 맨발로 달린다.

 

그들의 샌들이라고 한다. 이 조악한 신발을 신고 황무지를 몇날 며칠이고 달리는 인간이라니. 이들에게서 출발한 달리기의 문제는 왜 첨단 과학이 총동원된 신발을 신어도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계속 부상을 당하는지. 인간의 진화는 왜 지금의 방향으로 완성되고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는지에 까지 담대하게 도달한다.

 

머릿속에 바람을 불어넣고 새로운 생각에 눈뜨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다. 읽으면서 흥미진진하고 가슴을 뛰게 하고 때로는 뭉클한 느낌을 눈물로 뽑아내는 책이 좋은 책이다. 그런 면에서 본투런은 상당히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에 등장한 타라우마라족의 달리는 사람들 뿐 아니라 스콧 주렉, 맨발의 테드, 젠과 빌리, 루이스와 카바요 블랑코등 개성 강한 울트라 러너들에게도 관심이 갔다. 달리기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 평화와 사랑을 위해 달리는 그들은 가히 달리는 현자들이고 달마행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과연 게으른 내가 그들처럼 바람을 안고 만면에 웃음을 띄며 질주할 수 있을까? 마음은 벌써 대지위를 달리고 있지만 무거운 현대인의 몸은 아직도 책상에 묶여 있다. 사랑과 평화를 위해 달리는 원시부족들 처럼 우리도 달리자.

 

인터넷에서 찾아낸 이 책의 주인공들 사진을 첨부하며 리뷰를 마친다.

 

 

스콧 주렉과 아르눌포 키마레

 

 

작은 마녀 젠

 

 

마누엘 라마

 

 

사진작가 루이스와 타라우마라족 러너들

 

 

맨발의 테드

 

 

카바요 블랑코 혹은 미가 트루, 혹은 집시 카우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