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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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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글쓴이
노명우 저
사월의책
평균
별점8.7 (23)
꽃들에게희망을

작년 말, 인상깊게 본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요즘 TV를 거의 안보는데도 기다렸다가 모처럼 챙겨본 방송이었는데, '싱글턴(Singleton)'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급증하고 있는 1인가구의 다양한 모습들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방송이었다. 예비 1인 가구의 주인공인 나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주제라 그런지 초집중해서 시청했다.


그런가하면 금요일 밤에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나, 혼자 산다'는 방송도 있다. 비혼 혹은 기러기 아빠 등 혼자 사는 남자 연예인들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은 것인데, 매스컴에서 이렇게  싱글, 1인 가구의 주인공들을 담아내는 것을 보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이제는 싱글, 1인 가구가 삶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싱글, 1인 가구가 급증하는 데 비해, 이들에 대해 지금까지는 진지한 탐구나 논의가 아주 부실했다는 것인데, 근래 들어 싱글, 1인가구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이 증명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도 바로 그런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학자의 눈에 비친 혼자 사는 삶에 대한 탐구인만큼  단순히 혼자 사는 삶에 대한 격려나 위안을 주는 정서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고 있다. 사회학적으로나, 일반인들에게도 의미있는 다양한 분석과 짚고 넘어가야 할 개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담론들을 담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을 쓴 필자 노명우 교수 역시나 혼자 사는 싱글이라 학구적인 접근과 함께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둔 담론에서 더욱 생생한 문제의식이 느껴졌다.


 


애시당초 난 '화려한 싱글'에 대한 한 줌의 환상도 지향도 가지지 않았던 터였다. 무엇보다 내가 바랐던 것은 화려한 삶이 아니라, 혼자라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고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개념을 뜻깊게 주목했고 인상적으로 받아들였다. 확실히 사회학자라 그런지 여늬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책, 싱글에 대한 책과는 다른 면모가 보였다. 보통 고독, 혹은 고립이라는 말과 연결되기 쉬운 이 '혼자'라는 말을  필자는 '개인화','단독자','독립자' 등 학술적인 개념으로 '혼자' 산다는 것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학구적으로 정리하고 지지하고 있었다.


 



 


'집단으로부터 분리돼 있고 자율성을 지닌 개인(77쪽) ','자신을 고립시키는 고독이 아니라 자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의도된 고독(161쪽)','타자 관계를 지배하고 있는 집단의 힘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리에서 밀려나는 배제의 희생양이 되지도 않고, 세상을 향한 시선을 닫고 있는 은둔자가 되지도 않기 위해서 참조할 수 있는 삶의 모델을 우리는 홀로 서는 사람, 즉 '단독인'이라고 부르자(168쪽)' '타인이 연출하는 삶을 그대로 수용하는 모방이라는 성향 대신에 독립이라는 특징에 무게 중심을 둔다. 독립은 기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내적요구에 충실한 삶을 지칭한다(184쪽)' 등등


 


에세이가 아닌 사회학자의 책을 선택한만큼 분명 독자들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설명이었을 것이다. 자율성을 지향하는 개인의 등장, 이들의 등장은 하루 아침의 현상이 아니라 예고된 현상이었다. 철학적이고 사회학적인 개념이 등장해서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명확하고, 깊이 있게 또한 지향해야 하는 '혼자'의 존재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고 자극을 받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


 


그리고 싱글과 1인가구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통념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는 점도 은근히 통쾌했다. 흔히 저출산의 주원인으로 폄하됐던 것이 결혼 안 한 사람들이었고, 독신이 1인 가구의 주범으로 여겨졌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해였고, 덤터기였다. 


오히려 노령세대에서 1인 가구가 더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1인 가구의 급증은 비단 결혼 안한 독신으로 국한되는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또 젊은 세대만의 현상이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혼이나 여러 이유로 가족이 함께 하지 못하고, 노인부부의 배우자 사망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라는 것을 아마 독자 역시 납득했을 것이다. 그만큼 1인가구 시대에 걸맞는 사회적인 대처와 개인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것 또한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통념, 우리 사회에서 그 무엇보다 강고하게 뿌리 내려있는 통념이 '가족'인데, 필자가 가족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나길 주문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혼자 사는 삶에서 벗어나는 가장 흔한 길은 바로 가족과 함께 사는 삶인데, 친밀성있는 관계가 단순히 혼인과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라는 범주 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혼의 증가를 보더라도 결혼이 이제는 영원한 관계를 보장하지 못하고, 가족 또한 친밀함을 지닌 관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가족만을 범주에 둔 삶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의 가장 큰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건강문제나 고독사와 외로움이다. 혼자 사는 이의 죽음에 관해서는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제법 유포돼 있는데, 고독사나 외로움은 1인 가구를 택한 댓가나 피할 수 없는 불상사가 아니어야 하고, 아닌 것이 분명하다. 지금처럼 1인가구에 대한 배려나 정책이 미흡한 상황이 아니라면, 분명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고, 이제는 사회적으로  그 방법들을 모색하고 마련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필자는 그 대안으로 개인과 개인이 함께 만드는 네크워크 형성과 주거 공동체를 제시하고 있는데, 주거 공동체의 경우 앞에서 언급했던 다큐멘터리 '싱글턴'에서도 본 기억이 났다. 1인가구의 비중이 세계 최고라는 스웨덴의 경우, 개인의 방 따로에 공동 주방과 거실을 두고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대나 직업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한 집에서 살면서, 식사 당번, 청소당번을 두고 함께 밥 먹고, 거실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취미도 함께 즐기기도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자신의 방에서 먹을 수도 있고, 굳이 가족이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면서, 고독사나 외로움을 방지하면서 개인 생활을 누리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방송에서 볼 때에도 제법 합리적으로 비춰져서,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한다거나, 집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네트워크로 이어져 고립감을 느끼지 않는 것 이른바 연대감을 느끼면서 개개인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고,  개인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것, 1인가구의 주인공으로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이렇게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는 '혼자의 삶' 과 관련한 여러 담론들을 거론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정말 주의깊게 읽었다. 요즘 나의 초미의 관심사가 '혼자 산다는 것'이 행복해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조건이 안되게 '혼자 잘 사는 방법'을 구하고 있는지라,  한 자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진지해졌다.


올들어 첫번째로 읽은 책이 '고독의 즐거움'이었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개인적으로 '혼자의 삶'을 잘사는 대비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는  그 인식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었다. '나'만이 아닌  '우리' 가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 더 파고들어야 할 생각들을 짚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앞으로 '혼자' 살아갈 날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싶었고, 한 인간으로 개인으로 당당하게  살고자 하는 내게 여러 물음들을 새기고, 그 답을 모색하는 기회가 됐다. 표지  뒷장에 이것은 당신의 이야기라고 써 있는데..읽어 보니 맞다. 준비할 점도 있고 마음 단단히 먹고, 다독거려야 할 점도 있는 바로 내 얘기라는 공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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