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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희망을
- 작성일
- 2014.12.14
조선 임금 잔혹사
- 글쓴이
- 조민기 저
책비
확실히 역사가 많이 대중화되고 있나보다. 역사 전공 대학교수나 역사전문 저술가뿐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필자가 등장해서 역사서를 내고 있으니. 독자 입장에서야 다양한 시각을 가진, 다양한 경력을 가진 필진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역사서를 접할 수 있으니 환영할만한 일일 것이다.
'조선임금잔혹사'의 필자는 직업이 카피라이터인데 책 전체에 광고쟁이의 감각이 여지없이 묻어나고 있었다. 왕을 분류한 목차에서부터 수시로 등장하는 도표,군더더기 없는 문장 등 카피라이터라는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었다.
목차를 보면 왕으로 선택된 남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왕으로 태어난 남자, 왕이 되지 못한 남자, 이렇게 4부로 구성돼 있는데,시대 순도 아니고 업적 평가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분류 기준과 해당 왕들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광고의 특징이 상품에 관한 이미지나 메세지를 남긴다는 것인데, 이 목차를 보는 순간, 왕들의 이미지가그려졌다. 세종, 성종, 중종은 선택 남, 선조, 광해군, 인조는 싶었던 남, 연산군, 숙종, 정조는 태어난 남, 소현세자, 사도세자, 효명세자는 못한 남으로.
소제목을 통해 왕의 특징이나 상황을 피부에 와닿는 단어로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광고 카피를 읽는 듯 했다. 또 복잡한 왕의 가계도 등 복잡한 내용을 도표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효과적이었다. 그냥 풀어썼으면은 상당히 많은 또 복잡한 정보가 됐을텐데, 도표로 시각적으로 압축해서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이 그 많은 내용을 한눈으로 읽고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이런 광고인으로서의 감각을 살린 것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조선임금 잔혹사'는 제목과는 달리 별로 잔혹스럽게다기보다는 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보면. 왕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나, 업적, 통치 스타일, 문제점 등을 다 담고 있음에도 너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있어서가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워낙 유려하게 전개되다보니 시선이 멈추거나 막히는 법없이 술술 잘 읽히고 잘 넘어간 것이다.
특히 어떻게 왕이 됐는지에 대해서 기술한 것을 보면 왕의 정통성 문제와 맞물려있어서도 그렇고, 권력의 총아라서 그런지, 컴플렉스를 느낀 임금도 있을 법했다. 적장자가 왕이 된 경우가 오히려 드물었고, 그것은 그만큼 세자 자리를 두고 목숨을 건 피비린내나는 권력 투쟁의 가능성을 안고있는 것이다.
왕이 아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되는 파란만장한 일을 겪고 핏줄을 죽이거나 죽는 것을 봐야하니,그러다보면 피도 눈물도 없어지고 비정해 지겠지. 대체 왕이 뭐길래 싶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까지,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잠자리에 들때까지 모든 것이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왕의 운명이니 그걸 다 감수해야 해야 할 만큼 권좌가 황홀한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왕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삶과 선택이 모두 정치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왕 또한 여전히 인간이었음을..임금 또한 마음을 열고 의지하는 사람이 필요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모자 관계나 애정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두돌도 안돼서 어머니를 잃었던 광해군은 힘겨운 궁궐생활에서 따뜻하게 품어줄 모정이 그리웠을 것이고,인조가 조강지처인 인렬왕후가 살아있을 적에는 후궁을 두지 않았던 것은 의외였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을 혹독하게 내친 것을 보면 비정하기 이를데 없다고 생각했는데, 반정 전 함께 고생한 아내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니 왕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군주로 키워졌던 왕이지만, 그들 역시나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
하지만 이렇게 왕의 사랑,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랑이 임금을 행복하게 해주었지만, 그 또한 통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군주제에서는 그 애정이 바로 권력이 돼버리니.
'조선임금 잔혹사'를 읽는 동안 임금의 인생과 왕국 조선의 부침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다. 설령 평가가 박하고 내가 끔찍히도 싫어하는 임금이라도 그들의 고뇌에 대해서 조금은 인정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리고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다시 태어난다해도 여전히 왕으로 살고 싶은가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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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