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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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글쓴이
H.P. 러브크래프트 저
현대문학
평균
별점9.2 (12)
엘리엇

‘빛의 톨킨, 어둠의 러브크래프트’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들은 지 꽤 되었지만, 영화 『캐빈 인더 우즈』를 보기 전엔 큰 관심이 없었다. 이 영화는 「어벤저스 시리즈」의 조스 위든이 만든 작품으로, 토르 역의 크리스 햄스워스도 출연한다. 호러계의 온갖 크리처들이 등장하는데 최종 보스는 바로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 속 고대 신(그레이트 올드 원)이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 주인공들이 어떤 버튼을 누르자 갇혀 있던 크리처들이 풀려나와 학살을 시작한다. 이 크리처들이 궁금해 검색한 것이 러브크래프트가 어떤 작가인지, 제대로 알게 된 시작이었다.


 


황금가지에서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출간했는데, 오역이 있다는 평이 있어 찾아 본 단편은 「에리히 잔의 선율」이었고 악기 비올을 비올라로 번역해 실망... 그리고 이야기가 썩 끌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전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도서정가제를 앞두고 반값세일을 할 때 꽤 고민했다. 결국 『반지의 제왕』 양장 세트를 구입했으니 어둠보다 빛을 택한 셈이다! 번역에 대한 우려보다 더 망설이게 한 것은 내가 공포문학을 즐길 수 있을까 하는 회의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오에 겐자부로 선생의 말씀처럼) 책을 만나는 시기는 정해져있는 모양이다. 왜냐하면 에드거 앨런 포의 시 「울랄룸」이 좋아져서 유투브 등을 통해 시 낭송을 듣다보니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관심이 크게 자라났기 때문이다. 장바구니에 있은 지 오래지만, 과연 즐길 수 있을지 여전히 의심하면서, 현대문학에서 나온 단편선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을 구입했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전에는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작품들의 매력, 러브크래프트가 의도한 ‘미지에의 공포’의 참맛을 알게 된 것이다. 이 한 권으로 ‘공포문학’에 대한 호감을 끌어 올려준 것은 번역가의 공이다. 딴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번역가는 두 분이 있는데, 박현주 씨와 공진호 씨다. 여기에 김지현 번역가를 추가하려 한다. 찾아보니 왜 이 번역이 제대로 되었는가 분석한 글도 있던데 진짜 최고... 문장이 좋았던 것은 소설가이기 때문인 것도 있나 보다. 하여튼 이와 관련하여 북스피어에서 나온 『공포문학의 매혹』이라는, 러브크래프트가 쓴 이 장르에 대한 소논문/비평이 있는데 참고가 될 것 같아 구입했다. 출판사들은 김지현 번역 작가에게 의뢰를!


 


이 책에는 총 13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가장 재밌었던 건 『시체를 되살리는 허버트 웨스트』였는데 미친 과학자(Mad scientist)의 원조 캐릭터가 등장하는 『프랑켄슈타인』이 떠올랐다. 최근 메리 셸리의 작품을 읽었기에 더 중첩된 것 같기도... 약물 주입 등을 통해 정신과 육체를 되살리려는 허버트 웨스트가 주인공인데,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조되는 광기가 대단한데 결말도 멋지다. 원제는 『Herbert West—Reanimator』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현대의 의료 상식을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20세기 초의 문학이니까... 게다가 러브크래프트가 추구하는 ‘우주적 공포(코스믹 호러)’는 '인간이 인식하는 현상은 안락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 시쳇말로 ‘멘붕’에서 오는 공포라 하겠다. 이 작품은 허버트 웨스트의 ‘광기’가 중요하므로 따져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은 「벽속의 쥐들The Rats in the Walls」이다. 주인공의 성 드라포어Delapoer는 에드거 앨런 포Poe의 이름에서 빌려왔다. 또 포의 작품인 「어셔 가의 몰락」도 슬쩍 등장하는 작품이다. 미국으로 이주해온 귀족의 자손이 그 뿌리를 거슬러 가 고향 성을 되찾아 리모델링 후, 이 곳에 거주하며 겪게 되는 일들인데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었다. 막 현대영어에서 고대영어로 거슬러 올라가는... 제임스 조이스 생각도 나고... 또 「크툴루의 부름」도 좋았다. 지진이 일어 바다 밑에 잠긴 석조 도시, 그 곳에 잠든 고대 신을 깨우려는 컬트(Cult)의 광기가 등장한다. 깨어난 외계 신은 파괴와 학살을 일삼는, 정말 밑도 끝도 없는 근원적인 공포다. 이유도 정체도 몰라 더 무섭다. 이 단편선은 작가를 소개할 만한 대표작들이 수록되어 있어, ‘크툴루 신화’를 더 알고 싶다면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봐야 한다. 지금이면 시간이 꽤 흘러 교정쇄가 나왔을 테니 진지하게 전집 구매를 고려중이다.


 


이외에 참고할만한 설은 러브크래프트의 해양 공포증으로 인하여 크리처들의 외양이 해양 생물을 연상한다는 것인데, 몇몇 서양인들의 해산물 공포(?)를 떠올리면 아주 틀린 말 같진 않지만... joysf 에서 본 글을 링크해둔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세계와 해양공포증 (출처: joysf)


http://www.joysf.com/world_gac/4425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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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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