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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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안되는 인생이지만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많았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도 많이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있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나름대로의 답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절대자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여 인생의 목적을 생각해 보기도 했고, 때론 진정으로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자 노력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었다. 사실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있거나 말거나 세상 돌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내'가 있었기에 세상이 의미가 있었던 것이지 세상에서 '나'의 존재 의미를 찾는 것이 삶에 대한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특별한 계기를 통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 보려는 생각이 사라지게 되었다. 첫째는 사랑스러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 것이고, 둘째는 그 반려자의 자그마한 분신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이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굳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 목적 등을 잘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으로 종교적 믿음에 기초해 가지고 있는 방향성 혹은 지향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전처럼 그것이 강력한 삶의 동기가 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매우 분명해졌다. 죽지 말아야 할 명확한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부쩍 길어진 밤을 지난 오늘 새벽녁 출근 준비를 하는데, 지난 밤 어느 샌가 내 옆에 와서 누워 자고 있던 아내의 작은 분신이 부스스 잠에서 깨더니 "아빠 회사가려고?" "아빠가 내 옆에 와서 누웠다가 회사 가" 라고 말했다. 나는 분신에게 다가가 이불을 다시 잘 덮어주면서 꼭 안고 잠시 동안 누워있었다. 작은 몸에서도 따뜻함이 전해져 왔다. 아주 짧은 5분 여의 시간이었는데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며 알 수 없는 기쁨, 열정이 솟아올랐다. 이와 동시에 내가 죽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치고 지나갔다. 과거엔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려고 부던히 애를 썼다면 이젠 아주 단순하게 내가 곁에 있어줘야 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고 있기에 죽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굳이 살아야 할 이유를 애써 찾을 필요는 없다. 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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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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