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뉨
  1. 리뷰_책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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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나의 투쟁 3
글쓴이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저
한길사
평균
별점8.9 (28)
파랑뉨



1권을 통해 그와 가족들의 관계,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2권을 통해 그의 광적이기까지한 사랑을 들여다보고 나니 3권을 읽으면서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1,2
권을 통해 접한 그를 제대로 알 수 없다고 판단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면서 말이다.



그의 말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은 영향을 준 대상이 누구 또는 무엇이냐를 파악함으로써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작가의
경우 그 영향을 주는 대상이 아버지라고 고백을 하기도 했고 말이다. 자신이 속했던 가족인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형과의
관계, 자신이 만든 가족인 아내인 린다와 바니아, 헤이디, 욘과의 관계, 친구인 게이르와의 관계. 이렇듯 단출한 관계도 속에 있는 그 이건만 복잡한 가족사에 있는 사람보다도 더 많은 생각이 그의 일상속에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나의 유추에 따르면 그는 굉장히 소심한 사람이고 자신감없는 사람이며, 그렇기 때문에 술을 과다하게 마시면 자신의 마음속 응어리를 과도하게 밖으로 끄집어내어 다음날 후회하는 일을
번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에 비친 그는 다른 모습이다.
아름다운 남자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지만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것에도 부끄러워져 그
사실을 회피하고자 하기도 한다.



자전적인 소설이기에 그가 얘기하지 않는 부분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그가 숨기고자 하는 모습도 있었을 것이고 그가 의식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P8 “사람들은 스캔들을 많이 일으키는 작가를
좋아해. 그건 너도 잘알잖아. 솔직히 너는 국립극장 카페에서
젊고 예쁜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앉아 있는 모습이 더 어울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바로 그런 모습이야. 그런데 너는 대걸레와 빌어먹을 양동이에 묻혀 살고 있으니… (중략) 하하하!

P22 “칼 오베는 자기가 얼마나 불행한 패배자인지를
글로 써내는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잖아. 슬프고 비참한 이야기들을 줄줄이 엮어내면서 자신을 수치심과
후회로 포장하고 있는 남자란 말이야. 지금은 파티를 할 시간이라고! 그러니
칼 오베가 자기 자랑 좀 하도록 놔두는 것도 좋을 거야

P358 “당신처럼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도 없는데당신도 자신에 대해 그렇게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P365 “당신이 하는
일은 모두 그런 식인가요? 거실에 꽂힌 책 중에 읽은 책은 거의 없다고 했어요. 그리고 당신이 했던 과거의 인터뷰 자료를 보니 자기 자신이 하는 일에 상당히 불만이 큰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너무 자기비판을 심하게 하시는 건 아닌가요?”



작가는 자신에
관대하지 못하다. 자신을 괴롭히는 방법을 하나라도 찾아 내어 끊임없이 시전하고 있는 듯하다. 분명히 겸손은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스캔하고 무엇 하나
성에 차지 않으면 자책한다. 하지만 작가를 응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내가 보는 그는 노력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갈등만 있고 노력은 없는 사람. 하지만 우리는 안다. 자신의 마음속에 고민이 있을 때는 다른 것을
해결하는 것으로는 상쇄가 되지 않고 그저 자기 위안만 된다는 것을. 결국은 그 근본적인 것이 해결이
되어야 마음속에 평정을 찾게 된다는 것을.



P71 린다의 불안과 걱정은 내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조금의 갈등이라도 생기면 나는 아무 일도 못 해내는 사람이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만족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가끔 내가 직접
나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거나 상황을 수습해야 할 때도 있다. 그건 내가 가장 불편해하는 일이다. 그런 상황이 눈앞에 닥치면 나는 견딜 수가 없어 구토를 할 것처럼 속이 메슥거린다. 나는 얼마 안 되는 지난 기간에 이런 상황을 수없이 경험했다. 예를
들면 화장실에 갇힌 린다를 구하기 위해 잠긴 문 앞에서 안절부절못했던 일, 보트를 타다가 우유부단한
내 모습을 들켰던 일, 그리고 내 어머니와 린다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했던 일. 이 모든 것을 벌충하고 보상하기 위해 나는 어느 날 아침 전철역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남자들 사이에 끼어든
적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때
나의 행위는 어떤 판단에서 드러난 것인가? 더 중요한 사실은, 내겐
전철역에서 싸움에 말려들어 칼에 찔리는 것보다 조산원을 내보내고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달라고 말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P235 나는 가끔 린다의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서는 편도 아니라 죄책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들에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내게 의무처럼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린다에겐 그게 바로 삶이었다. 나는 그런 린다의 삶을 나눌 수가 없어 그 자리를
지키고만 있을 뿐이다. 린다는 단 한 번도 그런 내게 불평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린다의 속마음이 겉모습과는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P269 손님들은 박수를 쳤고 나는 민망함과
자기 혐오감을 느끼면서 자리에 되돌아와 앉았다. 감정이 북받쳐 통제력을 잠시 잃었던 것은 오히려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어 나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은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쭉 이어지는 흐름이 아니다보니 이야기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그럼에도
줄거리를 정리해보려해도 어느 순간 무의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러니 어떻게 이야기의 흐름을 시간순서대로
다 잡아낼 수 있겠는가? 하지만 3권까지 읽으면서 분명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는 했다. 그러니 연민도 하고 한탄도 하고 타박도 하고 그래도 괜찮다고 위로라도
해 주는 것 아니겠는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고 승마장에 가서는 예전 기억속으로 빠져 들어가 찾아 들어간 기억이 얼마이던가. 그래서
그 생각들에서 빠져 나와 다시 시간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는 갑자기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의
생각들에 들어가 귀를 기울이느라고 여기가 어디쯤이었는지를 놓쳐 버렸던 것 같다. 러시아의 마트로시카
인형처럼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다가 이것이 작가의 생각에 따른 이어짐이기에 어떤 얘기가 나올지 예측할 수도 없다. 그런데 문장은 또 어찌나 깔끔하게 쓰는지 어느 순간 이야기를 잘 들어 보려 귀를 기울이게 되고 너무나도 심오한
얘기에 얼굴을 팍 찡그리며 어렵게 이해하려 노력하다보면 이야기는 또 다시 그 자리를 빠져나오고 있다.



이 책을 접하고자
한다면 각오해야 한다. 작가의 생각은 현재와 미래를 붙잡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과거속으로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기도 하기 때문에 정신을 잘 붙들고 있어야 책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P122 내가 열여덟살때는 온갖 감정에 둘러싸여
살았고, 세상을 지금보다 훨씬 강렬하고 선명하게 받아들였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글을 쓸고 마음먹었다. 당시 글을 쓰려 했던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음악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을 나는 글로 움직여보고 싶어 했다. 나는
인간의 목소리 속에 담겨 있는 슬픔과 불만, 만족감과 기쁨, 우리를
채우고 있는 모든 것을 건드려보고 싶어 했고, 깨워보고 싶어했다.



P402 집안일 때문에 화를 내고 삶을 허비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이었던가? 나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뿐이다. 헤이디 때문에 어차피 집에 머무르는 린다가
바니아를 함께 본다면, 나는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린다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니 어쩌면 린다는 그러길 원하지만 아이
둘을 보는 일이 힘에 부쳐 감당해낼 수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갈등과 말다툼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 만약 린다 때문에, 린다의 요구 때문에 내가 글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나는 린다를 떠날 수도 있다. 간단한 일이다. 린다도 그런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요구를 내세우며 나의 인내심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고 있다.



P433 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몇가지만 이해하면 되니까. 그 하나는
내 아버지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방랑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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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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