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의 알비노라는 상황 설정이 신선했어요. 부패한 무신정권의 폭압, 불교 문화의 자비로움, 활발한 무역으로 다채로운 생활상, 중세의 보수적인 이념 이 모두가 공존하는 시대에서 살아가는 인물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등장인물 각자에게 최선의 이야기가 주어진다는 점. 로맨스물 특성상 메인 서사에서 벗어난 인물들의 삶은 쉽게 치부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작품은 모두가 그 나름의 최선을 다한 사랑을 했다는 걸 보여줘서 여운이 남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2권 중반부에서 완급조절이 살짝 풀어진 것? 경우에 따라서는 이 부분을 허무하다고 여기실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작가님이 이야기를 매듭 짓는 방식이 취향에 맞아서 괜찮았어요.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잖아요. 마지막에는 가슴 찡하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