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아와 이신희는 어리시절 겪었던 일들로 마음의 벽을 쌓고 살아간다. 

정아는 어릴 적 작은오빠의 폭력에 노출되면서 한 없이 낮은 자존감과 남자를 무서워하는 트라우마를 가진채 살아간다. 다른 가족들은 그런 정아가 문제의 원인으로 몰아간다. 정아만 참으면 되는것을 시끄럽게 하여 일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정아는 점점 더 자신이 문제인것 같고, 자신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싫다며 반항하기를 포기하게 된다. 그럴수록 더 맞는다는 것을 알기에.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아는 설령 호구 소리를 들을지언정 자신이 참고 살기를 희망한다. 참고 착하게 살기를.

신희는 아역배우시절 누군지도 모르는 아주머니가 건네는 주스를 마시고 쓰러지는 일을 겪게 된다. 그일은 신희와 신희 부모님께 큰 상처로 자리잡았고, 신희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거부하게 되는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신희가 겪었던 일도 정아가 당해야했던 일도 무엇하나 두 사람이 잘못이 아닌데 그 트라우마와 불안장애는 오롯히 두 사람의 몫으로 남겨졌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특히나 정아의 경우 가족들의 외면으로 인해 신희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서 더 안타까웠다. 

다행스럽게도 신희의 결벽증은 '정아 한정'으로 괜찮아지기 시작했지만 정아의 공포증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였다. 신희를 남자로 인지하게 된 순간부터 그에게서도 두려움을 느꼈으니까. 그런 모습을 보는 신희의 마음은 얼마나 무너졌을까. 14년전과 달리 몸에 상처는 없지만 마음의 상처는 더욱 깊어진 정아이기에 쉽게 상처를 떨쳐내긴 힘들어보인다.

-

두 사람은 서로를 한정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것과 동시에 스스로도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사랑을 잡는것과 동시에 사람답게 살아갈수 있게 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서로에게 착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호구 소리를 들을지언정 착한 사람이 되겠다고 강박적으로 다짐하던 정아가 작은 오빠에게 마지막에는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이였는데, 그 장면을 읽는 동안 내가 다 감격스러웠다. 드디어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응어리를 떨쳐낸 기분이랄까.

"서로가 의사인 동시에 환자이기도 한 둘의 관계가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