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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은
  1. [연재] 아주 사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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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로 돌아오니 아줌마가 탕비실 전화기에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누군가에게 전화로 하소연 하는 듯 울먹이며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아, 아줌마가 있었지. 내가 걸어야 할 전화가 떠올라 갑자기 가슴이 묵직해졌다. 큰소리를 치긴 했는데 정말 그런 전화를 걸 수 있을지는 글쎄, 잘 모르겠다. 꼴에 남의 인사문제에까지 간섭해야 하다니. 건물 관리실에서 나를 얼마나 웃기는 여자라고 생각할까. 


 아줌마는 내 눈치를 살피며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니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고 퇴근해버렸다. 아줌마가 사라진 뒤, 나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관리실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나이든 여자였는데, 뜸을 들여가며 천천히 자신이 관리소장임을 밝혔다. 많은 인원을 통솔하는 사람이라 자신은 여느 관리실 직원과는 격이 다르다는 과시가 은근히 배어 있는 말투였다.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부탁할 게 있다고, 지금 있는 아줌마가 우리 일을 아주 잘 해줘서 그러는데 그 아줌마를 그냥 계속 쓰면 안되겠느냐고 말했다. 관리소장은 품격 있는 목소리로, 그건 자기들이 알아서 할 일이므로 아가씨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새로 오는 아줌마 교육은 알아서 잘 시키겠노라고 답했다. 부탁하던 아줌마의 간절한 눈빛을 떠올린 나는 한 번 더 얘기해볼까 하다가, 이건 정말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동안 숨소리를 내다가,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느냐,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하다고 정중히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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