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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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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그로칼랭
글쓴이
로맹 가리 저
문학동네
평균
별점8.8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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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상 콩쿠르 상을 1956년에 수상한 로맹 가리. 러시아에서 태어나서 14살에 프랑스에 이주하여 여러 공부와 직업을 거친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공군으로도 복무하고 외교관으로도 근무 했었습니다. 그리고 수상 이후 비평이 거세져서 - 실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 필명,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내면서 같은 작가에게 수상은 절대 하지 않는 콩쿠르 상을 유일하게 두 번 받은


작가가 됩니다.




그러나 아내가 죽은 다음해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저는 20대 초반에 처음 만난 작가인데 그의 생애라던가 글이 참 독특한 인상을 주어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잘 안다고 할 순 없을 것 같지만요. 특히 유명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단편집은 정말 독특하지요. 프랑스적인 느낌도 있고 좀 여러 나라의 감성이 섞인 것 같달까 그런 몽환적인 느낌도 있구요.




이 '그로칼랭'이라는 소설은 '에밀 아자르'의 데뷔작입니다. 국내에서는 '로맹 가리'란 이름으로 나왔더라구요. 같은 사람이지만 '에밀 아자르'란 이름이 붙어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토해봅니다.




그로칼랭은 열렬한 포옹이라는 뜻입니다. 주인공 미셸 쿠쟁은 혼자 살면서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는 아프리카 여행을 갔다가 비단뱀을 본 즉시 무언가 통하는 것을 느끼고 데리고 와서 함께 살게 됩니다. 그 비단뱀에게 붙인 이름이 바로 '그로칼랭' 이 소설의 제목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낙태의 자유에 대해 반대하여 '낙태소'를 만들었다는 신문 기사로 시작되며 막상 내용은 그로칼랭을 기르면서 관찰 일기처럼 글을 쓰라는 대화로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그로칼랭에 대한 관찰 일기를 표면적으로는 표방하고 있습니다.








   …… 국립의사협회는 낙태의 자유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하며, 입법부에서 낙태를 허용한다면 그 '과업'은 '특정한 집행 인력'에 의해 '특별히 지정된 장소', 즉 '낙태소'에서 시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ㅡ1973년 4월 8일자 신문



주인공 쿠쟁이 이 그로칼랭을 좋아하는 것은 외로움 때문에 자신을 안아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것을 그로칼랭이 해주는데에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외로움도 없구요. 그러나 이것을 처음부터 밝히는 것은 아니고 나중에 언급됩니다. 사실 처음에 이야기는 단순히 외로워서 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새로운 '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열망같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그로칼랭에게 줄 먹이인 흰쥐를 사오지만 차마 주지 못하고 '블롱딘'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키우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이 셋은 잘 지내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결말은 혹시 그로칼랭이 쿠쟁을 잡아먹는 것이 아닐까 라고 추측해보지만 그런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쿠쟁이 먹이 문제에 대해서 겁을 내고 주질 않으니 이 그로칼랭은 어떻게 살지 걱정되면서 읽게 되었거든요. 그는 신부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그로칼랭에 대함보다는 쿠쟁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쪽으로 화제를 전환시키는 방식을 많이 쓰는데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끝맺기는 합니다.




유쾌함으로 가득한 글들은 아니지만 살짝 웃을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쿠쟁이라는 사람이 외로워서 비단뱀을 기르고 게다가 그 뱀의 이름을 그로칼랭이라는 점이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되고 심지어는 쿠쟁을 그로칼랭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는 회사의 흑인여자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조금 차별적인 발언이 나오기도 하는데 쓰여진 시대상을 반영하는 정도로 인식해야할 것 같습니다. 쿠쟁은 종종 이야기를 하면서 비단뱀에 빗댄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왔는데 이것이 어느 순간 자신의 이갸기가 됩니다. 사고 방식 자체가 그런 언어 유희를 사용했기 때문에 부자연스럽다고 느끼지 않았지만 한 사건을 계기로 정신 분열로 치닫게 됩니다.




그의 그런 모습은 단순히 미친 사람이라는 정의보다는 그의 외로움이 얼마나 컸고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과정들을 봐왔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당시 이 소설이 출간될 때 결말 부분에 많은 삭제가 있었기 때문에 소설 자체의 장르는 단순히 현대 사회의 외로운 한 남성이 뱀을 기르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정도가 되었지만 원래 이 소설은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언급했던 낙태소 이야기입니다. 그는 종종 자신이 이야기가 원래 했던 부분이 아닌 다른 쪽으로 언급되는 것이 '자유'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낙태소를 설치함으로써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는 부분과도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의 시위 참여 장면은 정확하게 그곳에 참여했다는 부분이 언급되진 않고 있지만 충분히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제 입장은 불확실합니다.)




'뱀'이란 존재는 먹이를 먹고 서서히 소화시켜 죽입니다. 뱃속에 담아둔다는 점에서는 임신과 닿아있다고 할 수 있고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뱀을 등장시킴으로 자연적인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낙태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에 관한 언급은 없습니다. 어느 쪽에도 마음을 확실히 정하지 않은 글들은 몇번 언급됩니다.




그리고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에서 뱀은 사회 제도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먹이는 서서히 죽어가기 때문에 잘못된 것들이 죽어가는 것을 정확히 볼 수 없다는 그런 관점에서요.




겉으로는 단순히 인연이 닿지 않아 외롭게 살아가는 남성의 조금은 이상한 뱀과 살아가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소설은 좀 더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비평가들은 이 소설에서 궁극적으로 얘기하는 바는 평범하고 고독한 사람 쿠쟁이 결국 희망이라는 것은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레지스탕스도 아니면서 잘 모르는 것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고 그들의 사진을 붙여놓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늘 염두해둡니다.




작가는 뛰어난 지식인을 통한 이 사회의 변화를 도모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 것들 보다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는 주인공이 지속적으로 자유로워지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사회가 어찌되었다는 문제 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한 불만일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희망이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만, 이 소설을 파악하는데는 좀 더 고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책속 좋은 글


GROS-CÂLIN by Romain Gary (Emile Ajar) (2007)
(주)문학동네
초판 발행 2010년 6월 24일
이주희 옮김

* 그로칼랭 : 열렬한 포옹 (p.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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