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리 리뷰!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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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4.18
사내가 아이를 업고 뛰고 있다. 바로 분위기가 바뀐다. 뛰고 있던 경수(류준열)가 다소곳하게 침을 정리하고 있다. 뭔가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앞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동료들처럼 내의원에 들어가는 게 꿈이다. 아픈 동생 약값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의원 어의 이형익(최무성)이 사람을 뽑기 위해 시험하러 온다. 환자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진맥으로만 질병을 알아맞히라고 한다. 손이 아니라 실을 통해 맥을 확인해야 하니, 이상한 답변들이 난무한다. 이형익이 돌아가려는 찰나 경수가 답을 맞힌다. 진맥이 아니라 소리를 통해서. 볼 수 없어도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물며 볼 수 있다면. 경수의 내의원 생활을 통해 비밀이 밝혀진다. 주맹증을 앓고 있는 것이라 밤에는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못 본 척, 못 들은 척해야 살기 편하다. 경수는 소경이 보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경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덜 주는 것은 애교랄까. 남녀 간의 불장난도 그렇다 치자. 경수의 앞에서 독살까지 저지르는 자도 있다. 반대로 소경이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도 있다. 더 잘 보라고 확대경을 선물하는 이. 그러니 경수가 그의 억울한 죽음에 못 본 척할 수 없지 않겠는가. 영화는 이렇게 차곡차곡 개연성을 쌓아 터트린다.
경수가 올빼미라면, 인조(유해진)는 청맹과니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올빼미 소현세자(김성철)가 명은 망했다며 청에게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해도 인조는 듣지 않는다. 전혀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경수에게도 소경이면 소경처럼 살라고 한다. 마치 모두를 청맹과니로 만들려는 듯. 이미 확대경을 선물 받은 경수는 청맹과니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외칠 수밖에.
“제가 다 보았습니다.”
경수의 용기 있는 외침에 탄복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외침뿐만 아니라 증좌가 요구된다. 목격자가 증거까지 제시해야 하니 피곤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영화는 제발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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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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