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리 리뷰!

지나고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6.12.24
8살, 케일린(조아라)이 양호실에 홀로 앉아 있는데, 더그(백종승)가 들어온다. 멀쩡해 보이는 케일린과 달리 더그는 왼쪽 눈에 피 묻은 거즈를 붙이고 있다. 지붕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다가 다쳤다는 더그.. 누가 봐도 멍청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더그는 끝까지 우긴다. 자신은 멍청한 게 아니라 용감한 거라며 말이다. 케일린은 틈만 나면 토를 하고, 더그는 틈만 나면 사고를 쳐서 피를 흘린다. 케일린은 피를 흘리고 있는 더그의 눈가를 어루만지는데..
23살, 더그의 왼쪽 눈은 폭죽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는다. 실명할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도 더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케일린이 만져 주면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일린은 한사코 만지기를 거부한다. 그리고는 끝까지 만지지 않는다.
28살, 더그는 왼쪽 눈뿐만 아니라 뇌까지 기능을 멈춘 상태다. 케일린이 울면서 더그 여기저기를 만지지만 깨어나지 못하는데..
8살부터 38살까지 케일린과 더그의 만남과 헤어짐을 그린 연극,《상처투성이 운동장》이다. 2010년에 퓰리처상을 받은 라지프 조세프의 국내 초연 작품이다. “인생은 무결한 것이 아니라 고통과 부상의 기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절대로 무겁거나 슬프지 않게, 그렇지만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만들어 간다.”, 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절대로 무겁거나 슬프지는 않으나, 케일린과 더그의 고통과 부상이 자해에 의한 것이라는 게 마음에 걸린다. 물론 케일린의 가정사와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더그의 안타까운 마음이 자해로 이어지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연을 생각하면 아무리 유머를 녹인다고 해도 무거워지고 슬퍼진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내내 걸리는 연극이다. 게다가 더그의 부상은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더해져 보는 이까지 상처를 입는 느낌이다. 마치 상처투성이 운동장 한복판에 있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연극은 마지막에 가서야 작은 희망을 드러낸다. 그 희망에 공감하고 하지 않고는 개인차가 있을 듯하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만큼은 모두가 한마음일 것 같다. 세트장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장면 전환뿐만 아니라 감정 전환을 능수능란하게 연기한다. 조아라, 그리고 백종승이라는 두 배우가 빛나는 연극이다.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