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1. 책을 읽다! -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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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방
글쓴이
우지현 저
위즈덤하우스
평균
별점9.2 (26)
지나고


드디어 ‘혼자 있기 좋은 방’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동생과 같이 쓰는 방이 아닌 오롯이 나만 쓰는 방이 그런 방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방에서도 혼자 있기 힘들었다. 가족들이 들락거리기 일쑤였다. 게다가 혼자 있든 여럿이 있든 좋은 방이라고 할 수 없었다. 언젠가 사촌 올케 언니가 내 방을 보더니 이런 말을 했다. “아가씨 방은 여자 방 같지 않아요. 테이블이라도 놓고, 좀 예쁘게 꾸며요.” 아마도 지금 내 방을 보면 테이블은 있는데, 여전히 여자 방 같지 않다고 말할 것 같다. 굳이 여자 방처럼 보일 필요가 있을까. 다만, 혼자 있기 좋은 방으로 만들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욕망이 더 커졌다. 그래서 안 하던 청소기를 돌렸다. 조금 깨끗해진 방에서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혼자 있기 좋아진 방에서『혼자 있기 좋은 방』을 읽으니 좋았다. 비록 다 늘어진 티셔츠를 입은 상태로 독서를 했지만, 마르셀 리더의「독서하는 여자」가 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방은 상당히 포괄적이다. 이 책에는 침실, 욕실, 부엌, 거실, 서재, 식당, 화실, 다락방, 발코니, 자동차와 같은 사적인 범주의 공간부터 카페, 지하철, 성당, 교실, 세탁소, 시장, 온실, 백화점, 호텔방, 배, 미술관 등 공적인 영역의 공간까지 다양한 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담겨 있다.(p. 14)

 

이 책은 결국 삶에 관한 이야기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기록이다.

삶이란 방을 구축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바닥과 천장, 벽과 문으로 이루어진 공통된 네모 상자를 자신만의 고유한 장소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 과정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거듭 살피고 관리하며 가꾸어가는 것, 때로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자신의 힘으로 조금씩 헤쳐나가는 것,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각의 여백을 아름답게 채워나가는 것이 인생일 테다. 그러니 부디 바라건대 비록 세상의 멍에가 버겁더라도 웃고 떠들고 놀고 즐기는 일을 멈추지 말기를, 아무리 삶이 비루하더라도 먹고 쉬고 독서하고 산책하고 여행하며 살아가기를, 그곳이 어디든 ‘자기만의 방’에서 세상의 모든 기쁨을 오롯이 누리기를 바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삶을 더 사랑하는 것뿐이다.

자 이제, 생생한 삶의 현장이 되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갈 차례다.     (p. 387)

 

물론 그 방에서 기쁨을 누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애나 블런던의「재봉사(셔츠의 노래)」도 그랬다. 18세기 영국 여성들은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섬유 공장의 노동자가 되어 매일 긴 시간 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했다. 블런던은 이러한 현실을 그림으로 폭로했다. 이후 여성의 노동여건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영국 의회보고서의 안건으로 여성 노동의 근로조건이 상정되며 노동환경 개선에 시발점이 되었다.(p. 115) 세상은 변한다. 방도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저절로 변하지는 않는다.(p. 118)

 

 

화가는 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공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모두가 각자의 방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를 바랐을 것이다.(p. 28)

 

누구에게나 그림과 관련된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감동했던 작품이건, 우연히 화집에서 발견한 무명 화가의 그림이건, 고전에서 만난 옛 그림의 재발견이건,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엽서 속 명화이건 상관없다. 꼭 경이로움을 체험하거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그림까지는 아니어도 나를 들여다보고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준 그림이 한 점쯤 있다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그림을 삶에 끌고 들어와 내 삶을 더욱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그림의 본질이자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그럴 때 우리의 삶 전체는 하나의 미술관이 될 수 있다.     (p. 72)


이 책에서 소개된 그림 역시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다 아는 빈센트 반 고흐뿐만 아니라 작자 미상의 그림까지 만나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레서 우리(Lesser Ury)를 알게 된 게 큰 기쁨이다. 이 책을 쓴 화가이자 작가 우지현은 꾸준함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생각으로 매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고 한다. 그 꾸준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그녀의 방에서 지금도 꾸준하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것 같다. 혼자 있기 좋은 방에서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면 이 책을 참고하는 것은 어떨까.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그와 관련된 글을 읽는 것만으로 대답할 힘이 생길 것이다. 더불어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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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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