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1. 책을 읽다! -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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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글쓴이
옌롄커 저
웅진지식하우스
평균
별점9.1 (11)
지나고

군영의 대원 안 작은 원자들에 미스테리한 일들이 깊이 숨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이런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도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지침은 수장의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바로 인민에게 복무하는 것이라는 대명제뿐이었다.     (p. 51)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1944년 중국 최고 지도자 마오쩌둥이 발표한 유명한 정치 슬로건이다. 개인의 행복보다 혁명의 대의와 사회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중국군의 책무를 담은 국민적 구호이기도 하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아나?”

“다른 사람을 자기 자신처럼 섬기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나?”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사업 가운데 매일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모든 빛과 열정을 봉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지요. 자신의 효심을 모두 부모님께 드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좋아. 아주 훌륭하군. 대단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야. 게다가 깊은 깨달음과 이상까지 담겨 있어. 이론과 실천을 하나로 결합한 점이 가장 훌륭하네. 단지 어휘 선택에서 남을 섬기는 것과 효도하는 것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     (p. 97)

 

사단장 집에서 취사를 담당하는 고참 공무분대장 우다왕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고, 묻지 말아야 할 말은 묻지 않으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다는 군대의 규칙에 따라 복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단장의 가정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또 명심한다. 하지만 사단장이 두 달간 집을 비우게 되면서 복무의 방향이 바뀌는데..

원래 사단장 집의 식당, 식탁 위에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붉고 큰 글씨가 새겨진 나무 팻말이 놓여 있었다. 사단장이 집을 떠난 다음 날 저녁, 사단장의 아내 류롄은 그 나무 팻말을 다른 곳에 놓으며 이렇게 말한다.

 

“샤오우, 앞으로 이 나무 팻말이 원래 있던 자리에 없거든 내가 볼 일이 있어 찾는다는 뜻이니 위층으로 올라오도록 해.”     (p. 24)        

 

우다왕은 류롄의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그래서 사단장도 두렵고, 당 조직도 두렵다며 거절한다.

 

“그럼 나는 두렵지 않다는 얘기로군, 그렇지?”     (p. 72)

 

어찌 보면 우다왕이 ‘미투 운동’을 해야 할 상황이다. 마치 작가가 그런 점을 염두해 두었다는 듯 우다왕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순리적인 협력자이자 공모자였다”, 라고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p. 59) 게다가 이 소설의 주제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 있다. 하지만 이 말은 팻말처럼 형태에 불과하다. 형태를 너머 그 안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우다왕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기 위한 조건으로 다른 사람을 자기 자신처럼 섬기는 것을 꼽는다. 실상은 다르다. 류롄은 우다왕에게 가장 큰 이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공산주의를 실현하고 공산주의 사업을 위해 죽을 때까지 분투하는 것입니다.”     (p. 45)

 

류롄은 사실대로 솔직하게 대답해야 한다며 같은 질문을 다시 한다. 그러자 우다왕은 다르게 답한다.

 

“승진입니다. 부대를 따라 아내와 아이의 호구를 도시로 옮겼으면 합니다.”     (p. 45)

 

결국 우다왕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는 얘기다. 인민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을 위해 복무한다. 그게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슬로건 뒤에 숨은 진실이다. 재밌는 점은 우다왕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모두 그렇다. 아마 소설 밖에서도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출간 즉시 당국으로부터 판금 조치와 함께 전량 회수되지 않았을까. 누군가에게 진실은 불편한 법이니까 말이다. 작가 옌롄커는 “이 소설은 인간의 존엄에 대해 영원한 존중과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p. 11  한국어판 서문) 마오쩌둥이 진정으로 인민을 위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 소설을 읽었다면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우리가 알다시피 모든 과거는 미래가 되고 미래는 다시 과거가 된다.(p. 85) 마오쩌둥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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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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