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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 작성일
- 2017.10.27
모든 것의 기원
- 글쓴이
- 데이비드 버코비치 저
책세상

모든 것에는 당연히 기원이 있다. 다만 공부할 엄두가 안 날 뿐이다. 예일대학교 지구물리학과 교수 데이비드 버코비치의『모든 것의 기원』은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라 할 수 있다. 300쪽도 안 되는 분량(원서 기준으로는 100쪽 남짓이다)으로 모든 것의 기원을 설명한다.
이 책은 예일대학교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모든 것의 기원Origins of Everything’이라는 썰렁한 간판을 걸고 한 학기 동안 진행되었던 세미나를 엮은 것이다. 세미나의 목적은 검증 가능한 ‘커다란’ 가설을 통해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 후 세미나의 내용을 출판하기로 결정했을 때, 편집자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교양과학서’를 요구했으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말랑말랑한 과학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도 겁먹을 필요 없다. 뭔가 있어 보이는 듯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면서 독자들을 낚는 치사한 짓은 최대한 자제하고,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할 것이다. (p. 9 서문)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는 단락은 저자도 인정하는 것처럼 별로 재미있지 않다.(아주 잠깐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왜 자세히 설명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까지 설명하니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목적은 “얇고 피상적이면서 영양가 있는 책”을 집필하는 것이었다고 한다.(p. 11 서문) 얇고 피상적이면서 영양가 있기가 쉽지 않은데, 저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단, 영양가가 저자의 전문 분야인 지구물리학에 치우친 면이 있기는 하다) 우주의 역사를 138억 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훑어본다. 우주의 기원은 곧 우리 자신의 기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별의 먼지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도민준만 ‘별에서 온 그대’가 아니었다) 인간의 7,000년 역사는 140억 년에 걸친 우주 역사의 2백만 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이 쓰고 인간이 읽어야 해서 그런지 이 책의 8분의 1을 ‘인류와 문명’에 할애하고 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인류, 아무래도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에 눈길이 간다. 저자가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에만 국한하지 않고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내다보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땀으로 체온을 조절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호모 사피엔스가 빙하기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대기가 뜨겁고 습했던 5천만 년~3천만 년 전에 태어났다면 다른 방식으로 체온을 조절했을 것이다. 사람의 땀은 춥고 건조한 날씨에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만일 인간의 사회활동이 온난화를 초래한다면 땀의 기능은 그만큼 저하될 것이다. 다른 질병에 비하면 별로 대수롭지 않은 문제 같지만, 가장 위협적인 기상 현상은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폭염”이다. (p. 248~ 249)
장기간에 걸친 폭염은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다. 결국 이 책은 모든 것의 기원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어떻게 우리가 존재하게 되었는지 알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순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인간 중심적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우리는 거시적 규모에서 볼 때 벌레와 비슷한 존재라고 표현하니, 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p.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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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