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銀"이의 감상-뮤지컬

은이
- 작성일
- 2014.3.3

뮤지컬 위키드 (Musical Wicked)
- 기간
- 2013-11-22 ~ 2014-10-05
- 장소
- 샤롯데씨어터
- 글쓴이
- 2013-11-22 ~ 2014-10-05
샤롯데씨어터

3월 2일 위키드를 보고 왔습니다. 위키드는 제가 빠져있는 공연은 아닙니다. 샤롯데에 들어서면 정면 타임드래곤이 관객들을 내려보는 듯 위치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바라보았습니다. 일부 출연진들이 5월부터 교체된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어서 만일 정말 교체된다면 교체되는 캐스팅에 따라 제가 또 한 번 샤롯데로 발걸음할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작년 여름 '헤이! 자나'라는 뮤지컬을 보면서 박혜나 배우가 눈에 들어오긴 했습니다. 넘버를 듣는 순간 떠오른 것이 엘파바였기 때문에 이번에 옥주현과 더블 캐스팅되었을 때 반드시 보리라 마음먹었었고 그걸 실행한 날이 삼일절이었습니다.

제가 위키드를 썩 좋아하지 않는 것은 지난번 리뷰에도 썼듯이 흐리멍텅하게 끝나 버린 결말입니다. 완벽한 권선징악도 아니고 편견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은 것도 아니고 차별에 대해 속시원하게 풀어낸 것도 아니니까 그 모호함과 흐지부지된 듯한 느낌을 제가 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위키드는 보면 꼭 용두사미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1막의 풀어나감을 조금 더 촘촘하게 2막에서 연결시켰다면 내용면에서도 괜찮은 뮤지컬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게 좀 아쉽습니다.
일단 주 관람 목적이 박혜나 배우였던 순전히 배우에 대한 관심이 부른 관람인데 그 면에서 박혜나는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넘버의 소화도 안정적이고 특유의 내지르는 시원함이 관객에게 쾌감을 선사합니다. 듣는 순간 귀로 파고드는 음색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안으로 먹는 느낌도 전혀 없이 그대로 발산하는 듯한 성량의 폭발을 느낍니다. 이건 순간의 느낌입니다.
정선아의 경우도 만족스럽습니다. 박혜나와 정선아의 캐스팅 조합이면 귀가 열리는 느낌을 선사할 정도로 좋으면서도 그게 피곤함을 주지 않기 때문에 더욱 괜찮습니다. 가끔 강과 강이 마주하면 피곤함을 느끼게 할 때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이 없다고 느껴지기에 상당히 좋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측면 구역에 앉았기 때문에 사운드가 살짝 깨진 느낌을 받긴 했지만 그 속에서도 두 주연의 경우는 명확하게 대사와 가사를 전달했습니다. 다만 문제라면 앙상블들이 지난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오케스트라를 제대로 뚫고 나오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 이건 어느 극을 보던 가끔 발생하는 고절적인 문제이긴 합니다.
이지훈의 피예로도 괜찮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상웅과 비교했을 때 둘이 장단점이 확 갈리는 느낌입니다. 1막의 이지훈의 피예로가 좋다면 2막의 조상웅의 피예로가 또 좋으니까요. 마법사의 경우는 이번에 남경주 배우가 약간 기대에 못 미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게 좀 아쉬웠습니다.
1막 마지막 곡인 중력을 벗어나서를 들으면서 아주 큰 만족감을 느꼈다면 2막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부르는 곡 또한 인상적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켰다면서 부를 때 엘파바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글린다 또한 비누방울 기계에 타기 전 표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지요.
피예로와 엘파바가 서로의 손을 잡고 오즈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저 둘의 선택은 둘에게는 지극히 좋지만 결국 세상의 큰 틀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린다가 어떻게 자신의 영향력을 펼칠 지 모르지만 그리고 글린다가 어떻게 변모할 지 모르지만 둘 또한 변하겠지요. 다만 극이 끝나는 시점의 그들의 모습이 그들을 규정할 뿐입니다. 언제나 보면 내용면에서 아쉬움을 살짝 느끼게 되는 공연인데 재관람까지 마쳤으니 당분간은 이 공연을 볼 일은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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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