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2013)

당근
- 작성일
- 2013.10.16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 글쓴이
- 박지영 저
문학수첩
2013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수상작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사적인" 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은밀한. 비밀스런이란 뜻이 담겨있다.
뜻을 계속 되뇌다보면 "지나치게 사적인"이란 단어가 주인공에게 벌어진 암울한 사건을 정말 잘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지나치게 은밀한 비밀.
판타지문학상 수상작이라서 그런지 표지부터가 독특하다.
목이 잘린 고양이, 그 고양이의 얼굴이 그려진 상자.
거울 앞에 서있는 남자는 거울 밖의 사람일까? 거울 안의 사람일까?
보이는 것이 아닌 보고 싶은 것만 보게하는 거울의 느낌이 판타지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생쥐와 인간의 말 중에 가장 슬픈 것은 '그럴 수도 있었는데'라는 말이다." - 커트 보네거트
이 책은 이미 지나가버린 후회로 가득한 한사람의 과거가 다른 사람의 미래를 어떻게 처참하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그럴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후회가 현재의 나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격하게 느끼게 한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그럴 수도 있었는데"라는 후회.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릴 커다란 그럴 수도 있었는데부터
짬뽕을 시킬까 자장면을 시킬까의 사소한 그럴 수도 있었는데까지.
사람들은 언제나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그 선택의 결과는 오롯이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옳으니 그르니, 좋으니 싫으니에 상관없이.
"모든 것이 그런 식이다. 한번 시작된 것은 그렇게
쉽게 돌이킬 수 없다. 그 끝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사람들은 가던 길을 계속 가는 쪽을 택한다.
아니다. 가던 길을 가지 않고 돌아서서
다른 길을 나아가는 것을 택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그 택하지 않음의 결과란 이런 것이었다." - 10page
여기 '그럴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한 남자 해리가 있다.
해리의 '그럴 수도 있었는데' 는 안타깝게도 누군가의 생을 마감하게 했다.
그리고 해리는 또 다른 누군가의 '그럴 수 있었는데'로 인해 잘나가던 인생에서 내세울 것 없는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평생 기억 속에만 비밀스럽게 꽁꽁 묶어두었던 한 해리의 과거가 처참하게 유기된 살인사건을 계기로 하나씩 들춰지게된다.
해리는 잘나가는 드라마 PD였지만 표절 사건에 휘말리면서 사표를 던지게 된다.
과감하게 던진 사표였지만 더이상 그가 설자리는 없었다.
하는 수없이 범죄재연프로그램의 무명배우가 된 해리는 범죄자를 재연하며 점점 범죄자에 가까워지는 듯한 자신을 느끼게된다.
그러던 중 일어난 사건에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범인이 CCTV에 찍히게 되고
자신의 기억조차 신뢰할 수 없게된 해리는 진짜 자신이 범인이었는지 아니면 예전 자신의 과거 속에 숨겨둔 럭키였는지
구분할 수 없게된다.
1982년 어린이 야구 캠프. 야구 모자를 받겠다고 그날 그곳에 가지만 않았다면 지금의 일들을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해리는 야구 캠프에서 봐서는 안될 것을 보고 만다. 아니 똑바로 보고 누군가에게 미리 알려야만 했다.
그럴 수도 있었는데 해리는 그 순간 그러지 못하고 외면하고 말았다.
나중에서야 무슨 이유에서인지 외면했던 일들을 폭로하고 그 일로 인해 '럭키'라는 소년은 목숨을 버린다.
해리는 알고 있었다. CCTV에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것이 '럭키'가 아니었음을.
그런데도 해리는 애써 부인하며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 같은 '럭키'의 모습을 찾아다닌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긴한데 그 부분은 솔직히 몰입하기는 힘들었다.
해리가 자신의 딸이었을지도 모르는 소녀를 만나고 자신만 알고 있는 여인을 만나고, 현실인지 또 다른 세상인지
그런 구분이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아서 그런 부분에서는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진짜 존재하는 "그럴 수도 있었던 세상"인지 아니면 해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세상이었는지에 대한 모호함이 남았다.
마지막 결론에서 하나씩 밝혀지는 살인사건의 진실과 해리가 감추고 살았던 비밀이 밝혀질 때는 판타지적 모호함과 상관없이
흥미로운 전개로 몰입할 수 있었다.
"매일의 그럴 수 있었던 순간들이 그렇게 되지 못해서 만들어진 게 지금의 해리였다."
그럴 수 있었던 순간들을 살고 있다. 그냥 되는대로 살면 안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이야기였다.
내가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의 지금과 누군가의 지금 또한 바뀔 수 있다는 걸 생각하고 매 순간 신중한 선택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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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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