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2014)

당근
- 작성일
- 2014.1.14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
- 글쓴이
- 마리 유키코 저/김은모 역
한스미디어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
그야말로 따뜻한 이야기 '심야식당'을 읽은 바로 뒤에 읽어서 그런지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은 정말 뒷맛이 정말 나쁘다! 다시 떠올리기도 싫어지는 이야기라서 리뷰도 안남길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 자체는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현실이기에 몇줄이라도 생각을 남기기로 했다.
'이야미스'란 '싫음, 불쾌함'이라는 뜻의 일본어 '이야(いや)'와 미스터리 소설의 '미스'를 결합하여 만든 신조어인데, 뒷맛이 나빠 읽고 나면 불쾌한 기분이 남는 미스터리를 가리킨다.
이 책은 시작 전부터 '이야미스'의 대표작이라고 말한다. 하드고어적인 이야기들은 읽고나서 뒷감당이 안되서 되도록이면 잘 찾아보질 않는데 열한살의 어린 소녀가 왜 살인귀가 되었는가란 질문에 끌려 읽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마리 유키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다른 작품도 '행복의 탐구'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을 느끼는 감각은 신기루처럼 기준점이 없고, 상한(上限)이 없습니다. 끝없이 쫓아갈수록 오히려 불행해집니다. 그래서 사람은 타협을 배우게 됩니다. '뭐, 어쩔 수 없지', 혹은 '이쯤에서 그만두자'라고. 이런 타협은 도피가 아니라 삶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좀처럼 '타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고위험 고수익 인생을 걷습니다. 행복한 인생을 사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기 때문에 저는 고위험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접하는 작가의 말에 어쩌면 잔혹하게 느껴지는 책 속 이야기가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보험금을 타기위해 아내와 남편, 가족을 죽이는 세상. 책 속 이야기가 아니가 바로 얼마전까지만해도 뉴스에 등장하는 진짜 사실이기에 애써 외면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후지코는 자신을 괴롭히는 k를 피해 도망가고 있었다. k는 후지코의 약점을 잡아 심하게 괴롭히고 있는 학급남자아이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괴롭힘을 당하는 후지코는 그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 학교 선생님이 좀 알아차리고 뭔가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 사이의 흔한 장난으로만 치부한다. 아이가 학생이되면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선생님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지않는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단 생각에 마음이 답답하다. 후지코의 부모도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만다. 자신을 치장할 줄만 알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부모. 아! 정말 화가 난다. 컴퓨터 게임을 하는데 정신이 팔려 갓난 아이를 아사지경에 몰고갔다는 실제 뉴스도 떠오른다. 책 속 이야기는 지독하리만큼 씁쓸한 이야기의 반복이지만 우리의 현실도 알고보면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숨이 턱 막힌다.
자신을 쫓아오던 k는 기차에 치에 죽었다. 자신에게 무관심하던 부모도 죽었다. 후지코는 혼자남겨졌다.
열한살의 소녀에게 따뜻하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면 좋았을 것을. 세상은 어찌 그리 소녀에게 그리 냉정했을까. 친구들은 또다시 왕따를 시키기 시작했고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이를 사랑한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후지코는 점점 냉혹한 살인귀가 되어간다. 이게 끝인가하고 좋지 않은 뒷맛을 달래려 마지막 후기를 읽으면 또 다른 숨겨진 비밀에 또 한번 쓴입맛을 느끼게된다.
책 속 이야기들은 정말 '이야미스'이다. 하지만 현실이 더 '이야미스'이다. 이야기는 읽지 않으면 되고 무시하면 되지만 현실은 누군가의 진짜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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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