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고...

eunbi
- 작성일
- 2019.5.10
잠시 멈추고 나를 챙겨 주세요
- 글쓴이
- 도연 저
담앤북스
있는 그대로가 귀하다. 일부러 꾸미려고 하지 말라.
임제 의현 선사의 《임제록》에 나오는 말씀이다. 타인에게 투사된 페르소나의 '나'가 아닌, 꾸미지 않은 본연의 자신을 보고 찾으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인다…. 달마 조사의 여실지견(如實知見) 가르침도 같은 의미이리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탐(貪) · 진(瞋) · 만(慢) · 치(癡) · 의(疑) · 악견(惡見) 등의 번뇌에서 벗어나 편안해지는 도리를 이르는 말씀일 것이다.
'마음을 지켜 본다'라는, 쉽지 않은 수행의 방편이 '명상'이다. 명상은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눈을 감으면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멈추고 그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작용도 줄어든다. 뇌 활동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줄어들고 스트레스와 에너지 소비도 줄어든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휴식하게 된다. 그리고 정신집중이 용이하게 된다.
잠시 눈을 감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함으로써 갖가지 걱정과 번뇌로 휩싸여 있는 복잡한 생각(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래서 기운이 살아나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면? 그 에너지로 조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면? 더구나 특별한 금전지출이 필요 없다면? 알아차림 - 마음 챙김 - 내려놓음(비움의 미학)으로 이어지는 명상의 세계가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명상은 나를 챙기고 돌이켜 보는 성찰의 시간이다. 의식이 깊게 가라앉으면 생각의 원천에 닿게 된다. 나에게 집중하여 스스로를 살피고 관찰하여 심연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을 때, 그리하여 가면 속에 가려진 자신에 대한 불신과 고통을 끌어내어 따뜻하게 끌어안을 수 있을 때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는 자비로움….
외면하지 말라. 붕대를 감은 곳에 시선을 유지하라. 거기가 당신에게 빛이 들어가는 곳이다. (이슬람 신비주의 시인 루미 Rumi)
『잠시 멈추고 나를 챙겨 주세요』는 2015년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2016년 사미계를 받은 조계종 도연 스님의 책이다. 현재 봉은사에서 대학생 지도 법사로 있으면서 직장인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각종 온라인상에서 아침 명상 등 다양한 명상법을 소개하고 있다 한다. 불교계도 이런 대중 활동적인 승려가 좀 더 많이 나타나 다양한 방면에서 중생과 호흡하면 좋겠다.
불교 관련 신문에 연재했던 글과 함께 봉은사의 명상프로그램(명상 안내 유도문)을 넣어 책을 구성했는데,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명상법과 수행법이 간결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명상유도문 QR코드가 수록 되어있어 문자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다. 10여 년 전, 요가 명상에 입문하여 꽤 긴 시간 배움의 경험으로 볼 때 바르게 이끈다는 느낌을 가졌다.
스님의 글과 목소리로 이끄는 8가지 명상법은 다음과 같다. ① 몸 풀기 - 감각 깨우기, ② 바디스캔 - 이완 명상, ③ 호흡을 알아차림 - 집중 명상, ④ 앉아서 호흡하기와 걷기 명상 - 통찰 명상, ⑤ 기감 느끼기 - 에너지 명상, ⑥ 기장 느끼기 - 차크라 명상 (에너지 증폭 수련법), ⑦ 옴 만트라 - 소리 명상, ⑧ 사랑의 마음 키우기 - 자비 명상
명상을 한 줄 요약하면 "눈을 감고 쉬면서 하는 치유"라고 할 수 있겠다. 명상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자 깊은 소통인 것이다. 스님은 '혼자 하는 명상'과 '함께 하는 수행'을 통해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키워 행복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다고 기원한다. 정말 그런 세상이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모두 한번 눈을 감아 자기를 바라봅시다. 그리고 행복해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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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