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고...

eunbi
- 작성일
- 2011.3.8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
- 글쓴이
- 카이저 펑 저
타임북스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Numbers rule your world)". 이 책을 받은 순간 몇가지 생각들이 뇌리를 스친다. 제일 먼저 떠오른 기억은 미드의 넘버스(numb3rs)였다. FBI특별수사관과 그의 동생인 천재 수학자의 활약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인데, 범인의 위치를 추적할 때 수학 기법을 사용하는데 대부분이 통계학이다. 불확실한 데이터 속에서 숨겨진 패턴과 규칙성을 찾고 추론해 내는 스토리가 참 재미있었다. 그 다음에 떠오른 것이 아이패드에서 쓸 수 있는 스프레드 시트 '넘버스(Numbers)' 앱이다. 애플 디자인 템플릿을 이용하여 몇번의 터치로 엑셀파일을 만들수 있는데 동료와 테스트해 본지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앱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넘버스란 영어 뜻 그대로 '숫자들'이다.
오늘날 우리의 생활은 숫자와 함께하는 일상이다. 시간과 공간을 가르고, 가치와 질량을 표시하는 것도 숫자이며, 업무에 대한 성과나 물질에 대한 평가도 숫자개념으로 표현되어진다. 스도쿠나 마방진 등의 숫자 퍼즐로 여가를 즐기기도 하니 가히 숫자가 나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수많은 숫자데이터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회적 현상이나 자연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이를 수집하고 집계하여 나오는 1차적 정보가 통계이다. 이런 통계를 해석하여 정책이나 사회에 적용시키거나 현상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숫자정보시대를 살아가다보면 수많은 뒷담화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통계 뒷면의 흥미로운 숨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이다.
솔직히 통계라는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프다. 무슨무슨 분석이니 하면서 SAS, SPSS 등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통계량을 구하다보면 이쪽 방면 전문가들이 부럽고 배움 얕음이 한스럽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런 골치아픈 통계처리 기법이나 통계학 특유의 딱딱한 용어, 정형화된 문장은 하나도 없다. "모르면 당하는 확률과 통계의 놀라운 실체"라는 표지의 카피에 조금 주눅 들었는데 의외로 쉽고 재미있게 우리네 일상에서 어떻게 통계적 개념이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제 1장 '평균의 함정을 벗어나다' 편의 '줄 서지 않고 즐기는 디즈니월드' 내용은 참 읽을만했다. 특히 '패스트패스(FastPass)'의 예약시스템을 왜 우리의 놀이공원에서 받아들이지 않는지 모르겠다. 특허 때문일까? 연전에 모 놀이공원의 우드롤러코스트를 한번 타기 위해 50분을 지루하게 기다린 바 있기에 대기시간의 느낌을 획기적으로 줄인 이 시스템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의 심리를 움직이는 인지조작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별거 아닌듯 하지만 디즈니월드의 입장에선 통계학자들이 정말 대단해 보일 듯하다. 빠르게 이 시스템이 도입되어 다음번엔 놀이기구 앞에서 많이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오류의 미덕을 이해하다(긴박하게 찾아낸 전염병의 발병 원인, 신용거래를 급증시킨 신용평점 시스템), 평등의 모순을 바로잡다(SAT 시험 문제의 공정성, 2년 만에 파산한 플로리다의 거대 보험사), 결과의 비대칭을 보다(약물 부정을 놓치는 도핑테스트, 누명 씌우는 거짓말탐지기), 확률의 미신을 깨버리다(약물 부정을 놓치는 도핑테스트, 누명 씌우는 거짓말탐지기) 등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는 다섯 가지 통계적 사고를 다루고있는데 제법 읽는 재미가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통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Case Study를 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통계가 일상생활에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를 먼저 제시하고 문제점을 알아본 다음, 다시 지향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숫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현명하게 사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숫자가 우리네 삶에 필연적 동반자라면 통계는 여러 현상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원할하게 이어주는 '또 하나의 언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금의 세상은 이제 숫자와 통계를 이해하지 않으면 사회현상과 경제를 논하기 어렵게 되어간다. 한마디로 통계를 아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통계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읽어라!"며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다섯 가지 통계적 사고를 활용하는 방법(언제나 변이성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라, 사실 속에서 쓸모 있는 것들을 골라내라,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끼리 비교하라, 두 가지 오류의 타협점에 주의하라, 너무 희박한 가능성은 믿지 마라)을 제시하는 것이리라.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제대로 훈련을 받고주어진 과제에 대한 통계학적 본질을 인식하면 올바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고 한다. 험한 세상. 올바른 판단을 위하여 통계적 사고의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는 훈련으로 한번 쯤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저자는 말한다. "만약 여러분들이 매일매일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숫자를 이용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당신은 당신의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고...
오타 :
27쪽 2, 디즈니월드에 있을때면 나면 ==> 있을때면 나는
- 좋아요
- 6
- 댓글
- 25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