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고...

eunbi
- 작성일
- 2011.11.5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 글쓴이
- 한상복 저
위즈덤하우스
당신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 외로운 것이다! 언젠가 가슴에 탁~ 들어온 귀절이다. 외로움은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을 때 엄습한다. 상대적 고립감. 그렇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을거다.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 (김용규)>란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인간은 자신을 인간으로 알아주는 상대 앞에서만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을,그런 상대가 없는 곳에서는 자신마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따라서 그런 상대와의 만남만이 진정한 만남이라는 것을, 외로운 것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만남이 없어서라는 것을, 만남이 없는 모든 장소가 곧 사막이라는 것을, 사막은 도시에도 있다는 것을"... 어쩌면 사람들이 정말로 두려워 하는 것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로 여겨 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고독이 나를 위로한다 했던가?
외로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는 외로움을 혼자 있는 '고통'이 아닌 혼자 있는 '즐거움'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소설인 듯 하면서도 소설이 아닌, 평범한 우리네 일상사 인 듯 하면서도 통찰이 스며있는 묘한 책이다. 왠지 필력이 눈에 익었다 싶었는데 <배려>,<재미>의 작가라고 하니 바로 알겠다(사실 자기계발과 관련된 책 읽을 때 저자가 누구냐? 이런거 별로 신경 안쓴다). 이 책의 큰 주제는 두 종류의 외로움, "론리니스(loneliness)와 솔리튜드(solitude)"이다. 사전적 풀이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론리니스는 혼자 있는 ‘고통’을, 솔리튜드는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라 한다. 전자가 정서적·감정적 상실감의 표현이라면 후자는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홀로의 시간이다.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무소의 뿔'이 이런 의미일 것이다. 묵묵히 외로운 뿔로 홀로 일어나 고독 속에 나를 통째로 던져라던 그 말씀의 뜻이...
책의 내용 중 내게 가장 와닿았던 것은 '남자의 사막'이었다. 히브리어로 사막은 '미드바르 midbar'라고 하는데 그 어원이 '말씀을 듣는다'는 뜻이라 한다. 기독교 초기 가르침과 깨달음이 '사막의 고독'에서 나왔음을 의미(62쪽)한다는데, 중년 남자의 씁쓰레한 현실이 투영되어 완전 공감이다. 또한, 아들에게 보내는 이메일 'B급 만세!'는 이 시대 부모의 마음을 아주 잘 대변하고 있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마라톤으로 풀어내는 '4분의 1의 법칙'도 체험에서 나오는 글이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렇게 <외로움을 발견>하고나면 추천도서의 수준을 거론한 '고상함을 맡아주세요'와 이어지는 '치유를 위한 안전거리'까지 <외로움과 마주하기>에 이르고, '고독의 공유'와 '솔리튜드 훈련을 통해 <외로움 속에서 균형>을 잡다보면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을 알게되어 <외로움을 뛰어 넘기>에 다다르게 된다.
저자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관찰하다가 외로움이라는 '비공식적 동기(motive)'를 발견했고, 대부분의 외로움이 '출구가 막혀버린 열정'이라는 진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가 하고픈 말은 일상의 외로움을 잘 받아들이면 "절망의 시간이 아닌, 희망의 기회이자 위대한 가능성을 발효시키는 시간(솔리튜드)"이 될 수 있음이다. 그런데 홀로의 시간을 어두움이 아니라 밝음의 에너지로 채울려면 아무래도 적극적인 마음의 움직임이 필요할 듯 싶다. 자발적 고독 속에서 건져올리는 실존. 결국 어떻게 외로움을 즐길지는 마음의 자세에 달렸음을 깨닫는다. 외롭다 하여 무조건 잘되고 있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자신을 한 단계 승화시킬 것은 분명해 보이건만 실천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속성 아니겠는가.
눈을 현혹하는 듯한 명문장이 아닌데도 은근히 마음이 끌려 공감하게 하는 이 책. "외로움의 포로가 되지말고 즐겨라! 외로움은 자신를 완성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최종적 메시지 이겠으나 어째 평가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이렇든저렇든 내가 건진 하나는, 삶의 선택에서 내 자신은 론리니스와 솔리튜드 중에 어느 길을 걸어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애인이 없는 외로움이 아니라 마음이 외로운 분들은 읽어볼만한 책이다는 걸로 이만 마무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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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