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레이첼과 지수의 관계가 가장 인상적있다. "나는 당신에게 끌리는 거 같다"라는 레이첼의 말에 지수가 "농담이겠지"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시트콤을 연상시키듯 웃기기도 했고 뭔가 동성연예를 암시하는가 라는 생각도 했다. 이 식물학자면서 신비로운 존재감을 갖던 레이첼이 후반부에서 지수의 기억을 담은 칩을 통해 사이보그로 들어나는 순간이 가장 놀라웠다. '어머 사이보그였어?' 그런데 사이보그의 개념을 이해하면서 나는 안드로이드와의 차이점도 알게 되었고 우리도 현 시점에서 의학기술의 발달로 아주 천천히 점진적으로 사이보그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레이첼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떤 면에서 작가가 의도 하셨든 안하셨든 과학기술연구의 악영향으로 공기오염이 된 세상을 식물을 연구하는 사이보그에 의해 창조된 인공식물에 의해 점차 공기의 질이 향상되는 점은 리오 선언서 20번째 원칙에도 부합한다. 여성이 자연의 보존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비록 사이보그이지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레이첼이 식물학자로 연구를 계속해서 뭔가 오염된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한 점이 이 부분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지수를 기계수리공으로 설정한 것은 신의 한 수 였다고 생각한다. 기계를 수리하는 사람 로봇을 수리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자의 일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교육받고 그렇게 역할을 머리속에 고정하면 살고 있다. 웬지 지수를 묘사하는 모든 단어들은 지수는 남자다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했지만 "할머니"라는 호칭을 분명하게 사용하므로써 그 성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였고 이것은 나에게는 약간 혼란을 주었다. 그만큼 나도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바뀌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반성하면서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50년이후의 삶에서는 너무나도 가능할 수 있는 여성의 직무이다. 지수는 로봇을 수리하고 레이첼의 팔을 수리하고 그래서 그 인연은 그 실험실 사건 이후에도 연장된다. 죽으려고 한 레이첼은 지수가 수리해주는 조건으로 삶의 동기를 찾고 실험을 계속한다. 에코페미니즘의 시각으로도 이 두 인물을 바라볼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즉, 과학이 남성이 지배하는 학문이다보니 페미니즘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많으나 지수가 여성으로서 어떤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레이첼의 연구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는 어쩌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어떤 과학적인 실패와 큰 치명적 사건을 과학적인 지원을 받고 있던 두 여성이 자연의 힘을 이용하고 서로 도우며 개발하여 해결하려고 하는점이 바로 페미니즘의 이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임소연의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이라는 책을 같이 읽게 되었는데 아마도 그 내용이 이 소설을 내 나름다로 해석하는 렌즈가 된 거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왜 공기정화식물을 재배하기 시작하고 우리는 그들을 집안에 들여야 하고 왜 그들의 생명력이 강한지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