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뽀야맘
- 작성일
- 2022.7.8
모래도시 속 인형들
- 글쓴이
- 이경희 저
안전가옥
"테세우스의 배"가 2020 SF 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에 선정된 저자는
단편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이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2019년 올해의 SF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럼, <모래도시 속 인형들>을 보겠습니다.
코르도바 콤플렉스 주식회사가 만들어낸 합성인간 카이는
공식 홍보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100명의 유전자를 샘플로 뽑아 장점만을 조합했다고 합니다.
카이는 무슨 일을 해도 척척해낼 만큼의 재능은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대단한 수준은 아니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는,
모든 재능을 적당히 가진 아이입니다.
카이는 이 재능으로 유명해지기로 하고 성공합니다.
카이에겐 삶이 곧 상품이고, 시간이 곧 돈인지라
콘텐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자신을 복제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게 Plenty x Cred/t, 일명 카이 헌드레드입니다.
트라이플래닛에서 DNA와 뇌파 패턴까지 동일한 신체에
기억과 성격까지 그대로 복사해 원본과 100% 일치하게 만들었습니다.
의식을 복사하기 전 수면제를 먹고 자신을 포함한 101명의 카이를 룰렛에 넣고
무작위로 뒤섞어 누가 진짜 오리지널 카이인지 아무도 알 수 없게,
심지어 101명의 카이 자신들조차도 모르게 합니다.
100명의 유전자 아빠와 1명의 대리모를 모아 서바이벌을 하고
우승자가 카이 크레디트의 부모가 되는 페어런트 101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카이 33번과 67번이 서로 죽이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을 살인사건이라 해야 할지, 자살 사건이라 해야 할까요.
휴먼 셰어하우스 메가빌리지는 평택 보편복지공단에서 건립한 공공임대 메가빌딩입니다.
이곳엔 10만 명이 넘는 노인들이 모여 살았고,
그중 30% 정도가 노령 기초생활 의체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의체 사용자에게는 법적으로 책임보험 가입 의무가 있어
매년 보험사들은 의체보험료 갱신을 위해 임시 조사원들을 고용했습니다.
가입자들의 의체가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인데,
비싼 의체를 국가보조금으로 지원받고 자식을 위해 브로커에게 넘깁니다.
그것도 헐값에 팔아 마련된 목돈은 자식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갑니다.
주택 임대 보증금으로, 창업 자금으로, 대출 이자로, 도박 빚으로요.
그런데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 평시 대비 열 배나 많은 폭력 범죄가 일어납니다.
샌드박스 전체 평균은 그대로인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이곳만 사건을 폭증합니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곧 다가올 세상의 파멸을 경고한다며 전 세계 곳곳에서
별별 기상천외한 장난질을 벌인 글로벌 해커 그룹 파멸로부터의 9호 계획이
평택 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는 첩보가 입수됩니다.
그들의 목표는 코르도바 메가빌딩이고 이를 막기 위해 주인공이 출동합니다.
홀로마스크를 쓰고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슈퍼히어로가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집니다.
처음엔 뜬소문으로 시작했으나 흐릿한 영상으로, 전문가의 라이브 캠 촬영으로,
3차원 VR 콘텐츠까지 다양한 증거들이 넷 소사이어티 채널 사이를 떠돌게 됩니다.
슈퍼 히어로 스위치는 각양각색의 초능력으로
범죄자들을 물리치며 유저들은 열광했습니다.
스위치는 카이 크레디트 이후로 가장 인기 있는 셀럽이 되었습니다.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요.
슈퍼히어로 스위치의 상품성을 캐치한 여섯 명의 버추얼 스트리머들이 함께 모여
기업형 스타트업 채널을 개설했고, 이 채널은 거대 공룡 기업으로 성장합니다.
거기에 CK 그룹의 투자를 바탕으로 스위치 관련 제보와 촬영 소스를
공격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CH.스위치가 관련 콘텐츠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자칼은 정장을 차려입고 상류층 10대 아이들을 납치해
교육을 빙자한 학대와 고문을 자행하는 미치광이 빌런이 등장했는데,
매번 스위치가 아이를 구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의심을 품고 주인공은 잠입수사를 합니다.
원현수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치 않는 몸을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이곳 샌드박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취향대로 몸을 바꿔 입는 정도야
누구나 자연스레 하고 있는 일이라 그는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의 폭력을 조율하는 군산복합체 카르텔의 CEO 중 한 명인
원미연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점입니다.
원미연이 남몰래 숭배하는 구시대의 낡은 종교는 극도로 편협한 교리를 갖고 있어
남자가 치마를 입는 일은 상상조차 용납될 수 없었습니다.
하물며 몸을 바꿔 입는 수술을 허락받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결국 원현수는 자살을 시도했으나 살아남았습니다.
엄마를 굴복시키지 못한 그는 트윈플렉스로 원현정을 만듭니다.
트윈플렉스는 하나의 인격이 두 개의 신체를 가진 것으로 극소수만 이용하는 서비스입니다.
원현정은 원현수에게 수년간 폭언과 구타에 시달렸고 그녀는 그를 고소를 합니다.
주한 미군 절반이 빠져나간 캠프 험프리스에
기술규제 면제특구가 설정된 것을 시작으로 평택은
25년 만에 서울을 능가하는 거대 도시로 자랐습니다.
혁신행정특례법이 제정된 후로는 중앙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치정부까지 들어섰습니다.
평택 특별자치시 기술규제 면제특구, 일명 샌드박스는
윤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끔찍한 기술들을 가둬 둔 실험용 모래 상자입니다.
<모래도시 속 인형들>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첨단 기술이
자유롭게 거래되는 낙원이자 지옥인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복제인간 사이의 윤리 문제와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고 싶은 욕망을 그린 'x Cred/t',
부유층과 최하층과의 갈등과 연예 노동자 문제를 다룬 '저 디지털 세계의 좀비들',
밈과 음모론에 매몰된 사람들을 이야기한 '파멸로부터의 9호 계획',
사람들이 어떤 것을 믿게 하느냐 아니냐의 싸움과 교육을 그린 '슈퍼히어로 프로듀서',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권력자와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룬 '트윈플렉스',
앞에 나온 조연들이 총집합하는 'epilogue'까지,
6개 연작소설이 최첨단 기술이 상용화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연작소설의 주인공, 첨단범죄수사부 진강우 검사와
민간조사사 주혜리가 활약하며 진상을 파헤칩니다.
진짜 사건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것 같다는 말에,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는 두 주인공이 등장할 다음 권이 기다려집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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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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