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이 별에서의 삶.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픔을 준 것도, 치유하는 것도 사람이다.

관계라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과는 다르게 변해간다.

처음이었기에 낯설고 조심스러웠던 감정들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점 퇴색되어 처음에 가졌던 마음은 사라지고 과거형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저자는 일상에서 녹아나는 생각과 감정들을 나긋나긋 조용하면서도 읊조리듯 들려준다.

간결한 문장들이 에세이집이라기보단 시집 같다.

깜깜한 밤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 속 불빛들이 마음을 밝혀준다고 표현하는 구절에서는 공감과 동시에 감탄이 나왔다.

무심코 흘려보냈을 풍경에서도 감정을 이끌어내 표현하는 저자의 섬세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랑의 설렘을 나타낸 예쁜 표현이 가득한 책이다.

사랑 노래 가사 같기도 한 진심이 담긴 글들은 마치 사랑앓이 중인 소녀의 수줍은 미소를 닮았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사랑을 하게 되면 이별도 하는 법.

2장에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3장에서는 헤어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의 다짐, 맹세와 달리 이별 앞에서는 그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4장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 미련에 대한, 상대를 향한 원망 가득한 글이 담겨있다.

혼자 남겨진 고독, 쓸쓸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추억으로 남아 고통을 주는 것처럼 헤어짐은 그 순간부터 아픔으로 남는다.

5장에서는 이별을 인정하고 덤덤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가슴 아픈 이별을 겪었지만 스스로를 다독이며 그 고통에서 헤어 나오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책의 마지막 장을 채운 '안녕'이라는 작은 글자가 쓸쓸하게 다가왔다.

만났을 때 하는 인사가 아닌 헤어질 때 하는 인사 '안녕'.

모든 말들이 함축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안녕'이라는 단어는 그 단어가 가진 의미만으로도 가치 있다.

사랑했던 연인을 보내며 하는 마지막 인사였지만 내게는 마치 저자가 이 별에 작별을 고하듯 던지는 인사로 들렸다.

이 별에서 이별을 겪은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신하듯...

각각의 글마다 QR코드가 있어서 인식하면 저자의 감성이 담긴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보는 에세이집에서 듣는 에세이집으로 변화한 독특한 경험이었다.

글의 여백만큼 여운이 남는 에세이였다.

덕분에 그 공간을 생각으로 채울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